"대표팀 계속은 힘들다"···배드민턴 '금' 안세영은 왜 폭탄 발언 했나?
"협회가 많은 걸 막아…안 좋은 올림픽 성적 되돌아봐야”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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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01:37 | 최종 수정 2024.08.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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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배드민턴 종목에서 16년 만에 금메달을 딴 '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이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은 지켰지만, 금메달 수상 직후 충격의 대표팀 탈퇴를 선언했다.
자신의 무릎 부상 대처에 안일했던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27·9위)를 52분 만에 2-0(21-13, 21-16)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52)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28년 만이다.
올림픽 배드민턴 5개 종목(남녀 단·복식, 혼합 복식) 중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이용대(36)-이효정(43) 조가 금메달을 합작했다.
안세영과 대표팀과의 갈등은 지난해 열린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26·3위)를 꺾고 금메달을 땄지만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이후 시작됐다.
안세영은 이날 올림픽 시상식이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서 "당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대표팀이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배드민턴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되든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대표팀을 떠난다고 올림픽에서 못 뛰게 된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 협회는 너무 많은 걸 막고 있으면서도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세영은 "처음에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계속 참고 경기를 했는데 지난해 말 검진을 다시 해보니 좀 많이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계속 참고 하는 상황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잘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 대해선 "2018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 순간부터 문제점을 인식했다"며 "단식과 복식에 따라 코칭스태프 구성과 훈련 방식이 달라야 한다. 현재의 낡은 시스템에선 오히려 부상 위험이 크다. 협회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 방식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는 협회에 "(배드민턴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걸 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또 "부상이 있는 데도 쉬지 않고 계속 훈련했다. (이번 금메달로) 그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안세영은 하지만 "전성기가 오기엔 아직 어린 것 같다. 더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서 말한 대표팀 탈퇴 언급에서 물러나는 말을 했다.
한편 안세영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2008년 중국 베이징과 2012년 영국올림픽을 2연패한 중국의 장닝(49·중국)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