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이라는 담배, 파킨슨병 위험 낮춘다···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규명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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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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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함께 발암물질로 지목되는 담배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은 운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생산 세포가 소실되면서 근육 경직, 몸 떨림, 느린 동작 등 운동 장애가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말년에 앓아 많이 알려졌다. 세계 파킨슨병 환자 수는 1000만 명 정도이며 국내 환자 수는 약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진은 최근 담배를 피울 때 흡입하는 저용량 일산화탄소가 신경 퇴행을 방지하고 파킨슨병과 관련된 주요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담배가 파킨슨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나 주장이 있었지만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경구용 약물 형태로 저용량 일산화탄소를 쥐에게 투여했다. 양은 흡연자가 경험하는 노출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결과, 일산화탄소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실과 신경세포의 파킨슨병 관련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 축적 등 질병을 유발하는 특징적인 요인으로부터 쥐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전적으로 저용량의 일산화탄소는 산화 스트레스를 제한하고 알파-시누클레인을 분해하는 신호 경로를 활성화했다.
연구진은 또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뇌척수액에서 헴 산화효소-1(heme oxygenase-1·HO-1) 수치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불어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 샘플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 병리가 없는 뉴런에서 HO-1 수치가 더 높았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사이자 하버드 의대(신경과) 부교수로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스티븐 곰퍼츠(Stephen Gomperts) 박사는 “이러한 발견은 저용량 일산화탄소 의해 활성화된 분자 경로가 파킨슨병의 발병을 늦추고 병리현상을 제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또 저용량 일산화탄소와 그것이 변형하는 경로를 통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을 조사할 필요성을 뒷받침 한다”고 설명했다.
곰퍼츠 박사는 “일산화탄소에 주목한 이유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내생적으로 생성되며 저수준에서는 보호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라며 “또 일산화탄소를 생성하는 스트레스 유도 효소인 헤모 옥시게나제-1의 과발현이 동물 모델에서 도파민 신경 세포를 신경독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 배경으로 “흡연이 파킨슨병의 위험 감소와 일관되게 연관돼 왔기 때문에 담배 연기 속의 어떤 요소들이 신경 보호 효과를 주는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학보 하버드 가제트의 28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임상 시험에서는 담배 연기의 다른 주요 성분인 니코틴은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었다.
이에 곰퍼츠 박사와 동료들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일산화탄소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연구했고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경구 투여 일산화탄소에 대한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NPJ 파킨슨병’(NPJ Parkinson's Diseas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