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종합예술제의 효시(嚆矢·맨 처음)인 개천예술제가 73번째의 막을 올렸습니다. 오는 20일까지 경남 진주시 진주성 일원에서 각종 전통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집니다.
개천예술제는 지난 10일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서제(序祭)를 시작으로 12일 오전 11시 제전을 여는 개제식(開祭式)을 갖고 올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올해는 ‘펴자! 나누자! 안아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9개 부문 59개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됩니다.
개천예술제(開天藝術祭)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1주년이던 1949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문총) 진주 특별지부(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진주지회)가 '영남예술제'란 이름으로 처음 열었고 10년 후인 1959년 제10회 때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지요. 얼마나 의미가 컸으면 박정희 대통령이 1964~1968년 5년간 개제식에 참석했습니다.
개천예술제는 화려한 '남강유등축제'와 달리 차분하면서도 우리의 각종 순수 전통문화를 관통하는 축제로 ‘2024~2025 경남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돼 있습니다. 순수 전통문화인 문학·미술·음악·연극·국악·무용·사진·웅변 등의 분야에서 강연회·백일장, 실기·경연대회, 초대전, 공모전 등이 열립니다.
▶개천예술제 서제 및 개제식
▶개천예술제 시가행진 이모저모
개천예술제의 백미는 아무래도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행렬입니다. 가장행렬단은 12일 오후 진주 시가지를 행진하며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습니다.
가장행렬은 이날 오전 11시 45분 진주성 촉석루 앞에서 진주목사 부임행차 행사를 시작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어 오전 11시 55분 진주성 영남포정사 앞 특설무대에서 가장행렬 출정 선언을 하고, 낮 12시 진주성을 출발해 인사광장과 중앙광장을 거쳐 진주중에 도착했습니다.
가장행렬에는 국내외에서 31개의 참가팀이 참가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경남 각 지역의 관광홍보 마스코트들이 참가해 색다르고 즐거운 눈요깃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참가한 경남의 9개 마스코트는 진주시의 '하모', 경남도 '벼리', 창원시 '버찐', 통영시 '동백이', 사천시 '또아', 밀양시 '굿바비', 남해군 '나매기', 산청군 '산이', 합천군의 '별쿵'으로 저마다의 특별함을 보여 관심을 끌었습니다.
참고로 수십 년 전 개천예술제 기간엔, 특히 시가행진 땐 예전 '남강다리'라고 했던 진주교에서 중앙통까지의 인도에는 구경꾼이 빽빽하게 들어차 길 잃은 미아도 발생하곤 했습니다. 울고불면서 부모 뒤를 따라다니던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요.
남강유등축제 개막식날 인산인해를 이루는 지금의 망경동 남강 둔치 소망등 터널 근처 분위기와 흡사했습니다.
장노년층은 가족과 함께 시가행진을 보면서 지난 이야기를 반추해 들려주는 것도 행진 축제를 더 의미있게 즐길 수 있겠지요. 아마 그런 분들이 더러 있었을 겁니다.
가장행렬을 제대로 보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일반 시민과 관광객은 가장행렬을 하는구나 하겠지만 ▲한국예총 진주지회에서 하는 '진주대첩 가장행렬' ▲진주시가 진행하는 '전국가장행렬 정진대회'로 나뉩니다. 물론 두 행렬은 함께 거리를 행진을 합니다.
'진주대첩 가장행렬'은 여러 수십년 전부터 해오던 가장행렬이고, 진주대첩 때의 복장이나 화포 등 군사 장비를 선보이지요. 반면 올해 17회째를 맞은 '전국가장행렬 정진대회'는 경진을 겸한 행렬로 일반 단체들이 준비한 묘기 등 볼거리를 선보입니다.
'진주대첩 가장행렬'은 12일 가장행렬 참가에 앞서,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8시 따로 진주대첩역사공원 앞→공북문→진주성(김시민 장군 동상 앞)을 야간행진을 했습니다.
최용석 한국예총 진주지회 사무국장은 이날 "부친이 대회 위원장도 역임해 들었는데, 예총에서 시작했던 가장행렬의 정확한 시기를 모른다. 다만 가장행렬 때 선보였던 물품들을 봤을 때 이 행사의 시작 때부터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