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26%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사실상 양국간 관세는 0%에 가깝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25%라고 공개했지만 추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적시돼 혼란을 빚었다.백악관이 엑스(X)에 공개한 각국 관세율 표에도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5%로 적시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상호 관세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60여개 교역국엔 이보다 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 캠프에서 배포한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상호관세율 발표했다. 트럼프 캠프 인수위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영국 10% ▲유럽연합(EU) 20% ▲일본 24% ▲인도·한국 26% ▲대만 32% ▲중국 34% ▲베트남 46% 등이다.

또 ▲말레이시아 24% ▲남아프리카공화국 30%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태국 36% ▲캄보디아 49% 등이 적용된다.

적용 기준은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저 10%의 기본관세를 새로 부과하되, 국가별로 가중치를 뒀다.

트럼프는 교역 상대국의 관세만이 아니라 검역과 규제, 통화정책 등 비관세인 장벽을 종합 분석해 상호 관세를 정하겠다고 밝혔었다.

백악관은 "10%의 기본관세는 오는 5일 0시 1분부터, 국가별 관세는 9일 0시 1분부터 부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그동안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등이었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은 자동차의 81%를 자국(한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산 쌀에 대해 물량에 따라 최대 5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어떤 경우는 적국보다 우방이 더 나쁘게 우리를 대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따라 수입 쌀의 의무 수입량(약 41만t)에는 5%, 이를 초과하는 쌀에는 513%라는 고율을 부과하게 돼 있는데 이를 불공정 무역으로 지목했다.

상호 관세율 책정은 지난해 미국 교역 대상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해당 국이 미국에 수출한 금액으로 나눈 비율에 따랐다. 가령 미국은 지난해 한국에 660억 달러 무역적자를 봤는데, 이를 수입액 1315억 달러로 나누는 것이며 이것이 50%가 됐다.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25%(나중에 26%로 정정)는 이를 반으로 나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미국 해방의 날’로 칭하면서 무역 상대국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는 미국의 관세율을 상대국의 관세율과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다른 국가를 겨냥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 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상호 관세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구리, 목재 등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

25% 관세가 적용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는 3일 0시 1분부터 부과됐다.

트럼프는 "관세가 0%가 되기를 원하면 미국에서 생산하면 된다"며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210억 달러(약 31조 원) 대미 투자를 언급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일부 국가'와 '품목'을 넘어 모든 수입품에 이 같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 됐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보복 조치 방침을 밝혀 그동안 미국 주도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통상 질서가 급변할 전망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인 한국에는 더 큰 비상등이 켜졌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 증가한 1278억 달러였고,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였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무역 적자국 8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