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속담 순례]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23)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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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3 23:29 | 최종 수정 2023.11.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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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축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는 일손이 아무리 부족해도 입동 전에는 보리를 파종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속담입니다. 진주를 비롯한 남부 지방의 보리 파종은 10월 중순이 적당합니다.
입동 후에 보리를 파종하면 추위로 인해 초기 발아는 물론 생육이 부진해 겨울 혹한이 계속되면 냉해를 입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 속담은 보리씨를 흙먼지에 뭍여만 놓아라는 뜻으로, 보리씨를 흙에 닿게만 하면 된다는 말이지요. 흙먼지가 어찌 보리싹을 틔우겠습니까만 보리씨를 흙으로 덮기만 하면 싹이 난다는 겁니다. 절기에 맞춰 농사를 지으라는 뜻입니다
올해 입동(8일)은 벌써 며칠 지났습니다.
남부 지방에도 며칠 전부터 초겨울 날씨가 바짝 다가서 서리도 내리고 그제와 어젠 얼음도 살짝 얼었습니다. 논밭 언저리의 풀잎들이 서리에 맞아 축 늘어진 채 푸른 빛깔도 퇴색돼 검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은 겨울 온난화로 입동울 지나 심어도 큰 동해는 입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보리를 많이 심지 않은데, 영농단지를 중심으로 심더군요.
비슷한 속담으로는 '입동 전에 보리는 묻어라', '입동 전 송곳보리다', '입동 전 가위보리다'가 있습니다.
‘입동 전 송곳보리’는 입동 전에 보리 싹이 송곳 길이로 자라야 이듬해 수확할 수 있다는 뜻이고, 가위보리는 보리 잎 두 개가 돋아난 때의 모양이 가위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주위에 보리를 심어놓은 논밭이 있으면 내년 봄에 작업화를 신고 보리밟기도 해보시길. 겨우내 얼었던 보리밭은 날이 풀리면 흙이 돋워져 있어 밟아줘야 동해를 입지 않습니다. 수십년 전엔 연례행사로 학교나 직장에서 논밭으로 나가 보리를 밟았습니다. 그립다면 그리운 추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