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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담 순례] 가을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20)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0.24 00:50 | 최종 수정 2023.10.25 14:01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축업과 어업에 관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가을무 뿌리와 잎. 정기홍 기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동식물은 기온에 민감합니다. 요즘 들어선 사람이 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봄철이나 가을철 기온이 오르내라면 금방 옷의 두께가 다르고, 공원에 나온 시민의 수가 확 달라집니다.

가을에 김장용으로 재배하는 가을무는 기온에 민감해 날씨가 추우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껍질이 두꺼워진다고 합니다.

속담 '가을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는 조상들이 무 껍질을 보고 겨울이 추울 것인지를 예견했다는 데서 유래된 속담입니다.

즉, 식물의 뿌리도 외부 기온에 민감해 날씨가 추우면 껍질이 두꺼워지므로 이를 보고 겨울 추위를 예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옛 조상들은 무가 '추위 예보 능력'을 가졌다고 봤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실제론 무를 재배해서 먹어본 경험칙에서 도출된 지혜입니다. 비교적 날씨가 온화할 땐 무 육질이 연하고, 추우니 단단하더라는 것을 체감한 것이겠지요.

전문가들도 땅속의 무가 날씨의 변화를 예측해 월동준비를 미리 한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대체로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하네요. 무가 땅속의 온도와 수분 함량의 변화를 감지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뜻의 '가을 무 꽁지가 길면 겨울이 춥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무 뿌리가 잘 크는 기온은 18~22도이고 무 잎이 잘 자라는 기온은 25~28도라고 합니다.

중부지방의 경우 대략 8월 20~30일에 무를 심으면 먼저 무 잎이 자라고, 그 다음은 뿌리가 길게 자라다가 껍질을 한번 벗은 후 9월 말 땅속 온도가 20도 전후가 되면서부터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고 합니다. 진주를 비롯한 남부는 이보다 한 일주일 빠르겠지요. 1

무가 자라는 것은 무 잎의 탄소동화작용 산물이 뿌리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무의 수분 함량은 95~97%입니다. 따라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이 수분들과 무의 식물세포가 얼게 되지만 땅속 온도가 영하가 아니라면 땅에서도 월동이 가능합니다.

무 뿌리는 겨울철에 추울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하면 뿌리를 땅 표면에서 멀리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껍질이 두꺼워지는 것도 이 추위를 막으려는 한 방편이겠지요.

채소 등 식물의 날씨를 예보는 무 말고도 있습니다.

자작나무의 새잎이 호도나무보다 빨리 나오면 그해 여름 날씨가 좋다고 전합니다. 반대이면 그해 여름에 찬비가 많이 내려 흉년이 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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