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북콘서트 ‘어둠을 지나 미래로’를 열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이 모든 멍에를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멍에를 묻겠다는데 여기서의 '멍에'가 무슨 뜻일까요?

멍에는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해 마소(말과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입니다. 비유적으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을 뜻합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멍에는 자신이 당한 구속이나 억압을 말하고, 이 모두를 묻고 가겠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멍에

멍에. 이상 번개장터

멍에는 달리 건축 용어로 '동바릿돌 또는 동바리 위에 얹어 마루청을 받치는 나무'를 뜻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동바리돌 바로 위에 있는 작은 나무 기둥입니다. 마소 목에 거는 멍에와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장기인의 '한국건축대계'(보성각 간) 발췌

또한 '거룻배나 돛단배에서 뱃전(배의 양쪽 가장자리) 밖으로 내린 창막이 각목의 끝부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통상 아는 멍에와는 판이합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전인 2021년 가을(수감 4년 9개월)에 작성했던 자필 메모에서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고 수감생활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안보를 굳건히 지켜냈던 시간들은 보람 있었다.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며 메모를 마무리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가히 대단했습니다.

당시의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 빠져나가 흩어져 지금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촛불집회'를 다시 생각합니다.

각자 나름의 판단 기준은 가지겠지만 정녕 위정자(爲政者·정치하는 사람)들이 당시 상황을 침소봉대해 '무지몽매한' 국민 영혼을 잡아 흔든 것은 아닌지,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목청 돋우던 우리가 진정 '역사의 멍에'를 짊어진 것은 아닌지도 곰곰이 생각할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더경남뉴스 정기홍 기자 jkhong4@naver.com 정기홍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