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이 온갖 불·편법으로 자녀와 지인을 상시 특혜 채용한 비리행태가 확인된 가운데, 이번엔 대부분의 사업을 수의계약 한 사실이 드러났다. 5년여간 총 7774건에 2000여억 원에 이른다.

선관위에서는 최근 조직의 총체적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 수의계약이 친·인척과 지인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의 수의계약 내용이 선관위 조직 기능과는 거리가 있는 단발성 행사나 용역 등으로 검경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 경남선관위

강민국 의원(경남 진주시 을)실이 중앙선관위에서 입수한 '2018~2023년 5월 중앙 및 17개 지방 선관위 수의계약 체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계약(9354건) 중 수의계약은 전체 계약의 83.1%(7774건)에 달했다.

선관위 전체 계약금액 3984억 1857만 원 중 수의계약 금액은 2009억 원(52.5%)이었다.

중앙선관위와 17개 지역 선관위로 구분해 보면 중앙선관위의 경우 전체 계약 중 수의계약은 전체 계약(3483건)의 65.9%(2276건)이었으며, 17개 시도 선관위에서는 전체 계약 5871건 중 수의계약이 5270건으로 93.6%나 됐다.

수의계약 중에 선관위 예산 배정 목적과 거리가 있는 콘텐츠 제작에 예산을 투입한 계약도 다수 있었다.

중앙선관위는 2022년 2월 ‘20대 대선 기획취재 콘텐츠’ 제작과 ‘투표참여 독려 필러영상’ 제작으로 옹달샘에 5800만 원 용역계약을 했는데 이 영상들은 한국선거방송에서 단 하루만 방송하고 위원회 유튜브로 옮겼다.

서울선관위는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홍보 목적으로 ‘드론라이트쇼’ 용역에 4380만 원의 용역 계약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재·보궐선거 홍보에 드론쇼를 여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또 수의계약 요건인 2000만 원 이하의 충족하기 위해 3개 회사에 기획·제작, 홍보물 항공 촬영, 음원 제작 등 3개 계약을 한 의혹이 있다.

전남선관위는 2022년 대선 및 지방선거를 맞아 2022년 2월 21일 '여수 밤바다 투표참여 콜라보' 선거 조형물을 여수 앞바다에 제작하는 계약을 4200만 원에 했다.

조형물은 4개월가량 전시 후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 직후 철거됐다. 일회성 조형물에 4200만 원의 세금을 투입한 것이다.

경남선관위는 2023년 단발성으로 '제12회 유권자의 날'을 맞아 선거·민주주의의 중요성 및 유권자 참여의 주권의식 확산을 명목으로 유권자 공감 소통 연극을 제작, 상영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 계약을 1천만 원에 수의계약 하고, 2023년 5월 13일 단 1회만 마산 예술센터 시민극장에서 연극을 공연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연극 관람 인원이 고작 94명으로 이 중 일반 관람객은 50명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관객 중 32명은 경남교육청 직원, 10명은 선관위 직원, 2명은 선관위 초빙교수였다.

1인당 106만 원(1000만 원, 94명)이나 되는 비싼 연극을 관람했다. 그것도 유권자 대상 공연에 관청 직원이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일부 선관위는 사업 유찰 후 수의계약 제도를 통해 특정 업체를 반복해 용역계약을 했다.

중앙선관위는 2018∼2023년 6월까지 ㈜비투엔과 14회에 걸쳐 총 99억 5925만 원의 수의계약을 했으며, 유찰 후 수의계약은 8개 계약 98억 4198만 원으로 계약의 공정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수사가 시작돼야 할 사안이다.

강민국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전·현직 직원의 대규모 채용비리가 확인된 것에 이어 선관위가 그동안 과도한 수의계약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의계약 대부분이 선관위의 임무 및 예산 항목의 목적과 기능에 적합성이 의심되는 용역계약, 특히 일관성 없는 이벤트성 용역으로 점철돼 있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강 의원은 “이처럼 감사원 등의 선관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함에도 불구,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사가 위헌이라는 현실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국회 등 외부기관의 선관위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함께 헌재도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며 양심과 법률에 따른 판결을 해야 할 것"고 요구했다.

한편 선관위의 이 같은 고질화 한 비리에도 헌재는 권한쟁의 심판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8명의 헌재 재판관의 상당수가 각종 선관위 위원장을 겸직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