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익명으로 별도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정치인들과 비선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감사원의 최근 감사 결과에서 나왔다.
조선일보 단독 기사와 감사원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선관위 예산으로 개통한 이 ‘세컨드 폰’을 퇴직하면서 들고 나갔고, 전화 요금은 계속 선관위가 냈다.
하지만 감사원이 이 전화의 존재를 밝혀내자 김 전 총장은 데이터를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든 뒤 제출했다. 떳떳하지 않다는 말이다.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감사원은 김 전 총장 아들의 특혜 채용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세컨드 폰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2022년 1월 중앙선관위 정보정책과장 A 씨를 불러 "관사에서 사용해야 하니 휴대전화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A 과장은 계약 담당 부서에 알리지 않고 정보정책과 예산으로 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해 김 전 총장에게 건넸다.
이 전화는 ‘선관위 업무폰’이어서 통신 기록만으로는 김 전 총장이 사용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2023년 6월부터 선관위를 감사하던 중 이 ‘세컨드 폰’의 존재를 알게 됐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3월 퇴직했지만 휴대전화를 챙겨나갔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에게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김 전 총장은 2023년 11월 중앙선관위에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된 상태였다. 감사원은 포렌식을 통해서도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총장은 휴대전화를 퇴직하면서 가져간 데 대해선 “직원들이 알아서 관사에 있던 짐을 꾸려줘서 쓸려 들어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김 전 총장의 관사 짐을 싸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관용 물품 무단 반출 혐의만을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회의 선거법이나 선관위법 개정과 관련해 대(對)국회 업무가 많지만, 익명 전화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