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가결된 명태균 특검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여사 총선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SNS

명태균 특검법안은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과 2022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지난해 총선에서 ‘명태균 등’이 관련된 불법·허위 여론조사나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특별검사가 수사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법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기관의 인사 결정 및 주요 정책 결정, 사업 등에 명태균과 김건희 등 민간인이 개입해 국정 농단 등이 있었다는 의혹” 등도 특검이 수사하도록 했다. 사실상 ‘명태균’을 고리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전체를 특검 수사 대상으로 삼는 내용이다.

법안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자 2인 중에서 대통령(권한대행)이 1인을 골라 특검으로 임명하게 하되, 임명을 하지 않으면 후보자 2인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게 했다.

법안에는 기존 다른 특검법안에는 없었던 조항까지 들어갔다. 법안은 특검 수사가 끝날 때까지 사건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했고, 검찰이 이미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까지도 특검으로 가져와 특검이 공소 유지를 하도록 했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검법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경선과 선거, 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및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전부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다”며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 대행은 “기존의 어떠한 특검법안에도 전례가 없는 공소시효 정지 규정이 있고, 특검의 범위에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 유지 권한이 포함돼 있다”며 “공소시효 정지 사유를 엄격히 적용하는 공소시효 제도의 기본 취지와 헌법상 적법절차주의를 위배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대행은 대통령에게 특검을 임명하도록 해놓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특검이 자동 임명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특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대행은 “명태균 특검법안은 그 위헌성이 상당하고,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재의 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그러면서도 검찰을 향해 “명태균 관련 수사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어떠한 성역도 없이 관련 의혹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최 대행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최 대행은 앞서 내란 특검법 1·2차 법안과 김건희 특검법안,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의 47.5%를 중앙정부가 3년 더 부담하게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 KBS·EBS 수신료와 전기 요금의 통합 징수를 강제하는 방송법 개정안,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수사기관의 직권남용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 등 7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