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편집자 주

헌법재판소가 오늘(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야당에서 한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해 헌재에 보냈는데, 이날 이 안을 기각해 한 총리는 곧바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행사했습니다. 한 총리가 탄핵소추되면서 '대행의 대행'을 해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시에 대통령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나 경제 수장으로 복귀했습니다.

탄핵소추안 기각에선 헌법재판관 8명 중 ▲5명은 기각 의견 ▲1명은 인용 의견 ▲2명은 각하 의견을 냈습니다.

기각과 인용은 무엇이고 각하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세 법률용어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니다.

법률 용어인 기각(棄却), 인용(認容), 각하(却下)는 법원에서 판사가 사건을 심리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결정의 종류입니다.

우선 각 한자의 훈(訓·뜻)을 알아보겠습니다. 한자의 뜻을 알면 용어를 이해하기 더 쉽습니다.

기(棄)는 버릴 기, 각(却)은 물리칠 각, 인(認)은 인정할 인, 용(容)은 얼굴·몸가짐 용, 하(下)는 아래 하입니다.

기각(棄却)의 한자를 풀이하면 '버리고 물리친다'는 뜻입니다.

법률 용어로서의 '기각'은 제기된 소송을 받아들인 법원이 소(訴)나 상소(上訴·하급 법원 판단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판단을 신청)의 형식 요건은 갖췄으나, 그 내용이 실체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소송 자체를 끝내는 것입니다.

즉, 판사가 소송 내용을 훑어봤더니 소송 요건에 맞지 않아 소송 자격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헌재는 이날 한 권한대행 건과 관련해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했습니다. 8명의 헌법재판관 중 절반 이상인 5명이 기각 판단을 했습니다. 심리를 해본 결과, 사건 자체가 안된다는 의미이겠지요.

인용(認容)은 법원이 내용을 검토한 뒤 소의 타당성이 있다며 청구를 인용하는 것입니다. 인용의 일반 뜻은 '인정해 용납한다'입니다.

각하(却下)는 소(訴)나 상소가 소송 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적법하지 않아 본안 심리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하지 않아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낸다는 것입니다.

즉, 소송 내용을 살펴보니 진행해 판단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아예 소송 자체(변론)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소송의 원인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는 경우이거나 소송 목적이 불법일 경우 해당합니다.

이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 각하 결정을 한 2명의 헌법재판관은 "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며 탄핵소추 자체가 부적법해 탄핵소추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본안의 판단'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내용 중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가 '국무총리 탄핵'에 필요한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151명)인지,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200명)인지가 쟁점이 돼 있었지요.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은 192명 재석, 192명이 찬성해 통과됐었습니다.

2명의 재판관은 200명을 정족수로 봤습니다. 권한대행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권한대행 체제는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국가적 비상사태 상황이기에 혼란 방지 차원에서 탄핵 남용을 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일상에서 소송과 관련해 많이 접하는 단어는 '기각'과 '인용'입니다.

다시 언급하면, 기각은 받아들인 소송 내용을 판단해보니 내용이 미흡해 소송을 끝낸다는 것이고, 인용은 소송 내용이 근거 있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헷갈리는 것은 '기각'과 '각하'의 비교입니다.

기각은 판사가 원고의 소송 내용을 인정하고 심리해 본 결과 사유를 인용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각하는 아예 소송 자체가 성립 안 된다는 뜻입니다.

더 상세히 설명하면, 기각은 재판을 하지만 각하는 재판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또 기각은 소송 자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만, 각하는 사건의 본질이 아닌 '소송 절차'만 봅니다. 더불어 기각은 '보정(補正·보충하고 정정함)'이나 '재소(再訴·재기소)'를 할 수 있지만 각하는 이 둘을 하지 않습니다.

금융기관 대출을 예로 들면 기각은 '서류 심사 후 대출 불가 통보'이고, 각하는 '부족한 서류를 더 준비해 오라'는 의미입니다.

결론을 내면,

기각은 '소송을 받아들여 따져보니 이유 없다(적절하지 않다)', 인용은 '소송인의 말이 맞다(적절하다)', 각하는 '아예 소송 조건 자체가 안 맞다(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풀이하면 기각은 '원고가 졌다', 인용은 '원고가 이겼다', 각하는 '소송도 해보기 전에 거절 당했다'로 보면 되겠습니다.

기각과 인용, 각하의 단계를 보면, 우선 소송이 제기되면 '형식과 절차의 문제점'을 보는데, 원고의 청구에 문제가 있으면 '각하'를 하고, 문제가 없으면 심리를 한 뒤 '기각'이나 '인용'을 합니다.

기각, 인용에서는 '일부 기각', '일부 인용'도 있습니다. 예컨대 원고가 위자료 1억 원을 요구했지만 3000만 원으로 일부 인용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