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이 봄날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은 물론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들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봄꽃 라일락꽃은 향기가 좋습니다.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강해 향기롭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4~5월 화창한 봄날, 라일락꽃이 핀 근처를 지나면, 퍼지는 향기가 코 끝을 건드리지요. 다가가 코 끝을 꽃에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다 보면 화장한 여인네의 느낌이 와닿는 꽃입니다. 향수 등의 재료로 쓰인다고 합니다.

영미권에서 '라일락(Lilac)'으로 부르지만 우리나라 정식 명칭은 '서양수수꽃다리'입니다. 꽃이 수수처럼 피었다는 뜻입니다.

지난 20일과 21일(비온 날) 공원에 들러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잎을 담았습니다. 다가가 보아야 아름답고, 잠시 서서 향기를 맡으며 보면 더 예쁜 꽃입니다.

라일락꽃이 공원 한쪽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봉오리도 많이 보이고, 핀 꽃도 하루 이틀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듯해 더 화사하다.

휑해 보이는 공원 안에 두 뭉치의 라일락을 배경으로 잡았더니 꽃이 돋보인다.

나무는 약 6m까지 자랍니다. 가지가 많이 갈라져 넓게 퍼지고 잎은 13cm 정도 큽니다.

유혹의 향기는 공원이나 정원 등에 가서 맡으면 될 것 같고, 오늘은 꽃을 깊게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꽃이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있는 상태인 꽃차례(꽃次例) 크기는 25cm 정도 되는데 빽빽하게 달려 자세히 보면 오묘하고 아름답습니다.

연자주색 꽃차례를 확대해 찍었다. 꽃봉오리와 막 피어난 꽃이 싱그럽다.

한 개의 꽃차례에서 동거 중인 연보라색의 꽃잎과 연자주색의 꽃봉오리. 탄성이 나올 정도의 자태다.

라일락 나무가 앙증맞은 라일락 인형 하나를 만들었다. 대충 보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자세히 보면 인형 말고도 여러 형태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꽃차례를 발견한다. 라일락꽃은 향기도 좋지만 꽃차례도 커 매력있는 봄꽃임에 분명하다.

위의 사진을 옆으로 찍었다. 모양 해설은 독자들께서 해보시길.

원추형으로 달려 피고 있는 라일락꽃 모습. 생동감 있게 피는 힘을 묘사하려고 꽃차례를 세워서 찍었다.

라일락 꽃봉오리가 곧 동시다발로 꽃잎을 열어젖힐 기세다. 봉오리는 진한 자주색이다.

라일락 꽃봉오리를 대포의 포탄 이미지로 크로즈업 했다. 이 봉오리는 하루 이틀 만에 대포의 포탄처럼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꽃잎을 활짝 연 라일락은 연자주색 자태다. 초록의 잎과 대비돼 더 와닿는다.

삼각형 모양의 라일락 모습

라일락꽃 향기를 음미하면서 끝이 뾰족한 잎을 관찰하는 것도 봄날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덤이다.

주말 오후 한적한 공원의 키 큰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 읽는 모습. 멀리서 보니 화창한 봄날의 망중한, 즉 한가함이다. 이상 정기홍 기자


■참고 자료

라일락은 물푸레나무과의 관목으로 유럽 남동부의 발칸반도가 원산지입니다.

영미권에서 '라일락(Lilac)'으로 부르지만 한국의 정식 명칭은 '서양수수꽃다리'입니다. 꽃이 수수처럼 피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자로 자정향(紫丁香)으로 불리는 수수꽃다리는 한국 토종 라일락으로, 요즘 흔히 보는 개량 라일락과 종이 다릅니다. 수수꽂다리는 더위를 싫어해 지금 남한에서 자생하는 수수꽃다리는 6·25전쟁으로 분단되기 전에 북쪽에서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라일락은 190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와 공해에도 강해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 어디를 가나 정원수로 볼 수 있는 나무가 됐습니다. 보통 울타리 뒤쪽 음지에 심는다고 합니다.

나무는 높이 6m까지 자라고, 잎은 달걀 모양에 털이 없고 광택이 나며 가장자리에 톱니는 없습니다.

꽃은 4~5월에 피는데 중부 지방에서는 5월 중순에 개화해 향기를 퍼트립니다. 원추형으로 피는 연한 보라색의 꽃차례가 새 가지 끝마다 달려 위를 향합니다.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우정 등입니다. 또 보라색 라일락은 '사랑의 싹이 트다', 붉은 색 라일락은 '친구의 사랑', 흰색 라일락은 '아름다운 맹세'라고 합니다.

꽃의 색깔은 연보라색이 기본이지만 품종 개량으로 진한 보라색, 흰색, 붉은색 등으로 종류가 다양합니다.

라일락의 특징은 달콤한 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수나 섬유 유연제 등에 넣는 향료의 원료로 쓰입니다. 비누나 섬유탈취제 등에서도 활용됩니다.

라일락향은 주로 플로럴 계열(장미, 자스민, 은방울꽃 등)로 분류된다고 하네요.

'미스김라일락(Korean Lilac)'도 있는데 한국 자생종인 털개회나무를 미국에서 개량해 역수입한 것입니다.

미스김라일락은 향기가 강하고 키가 작아 라일락 품종 중 가장 인기있다고 하네요.

또 모양과 향이 라일락과 비슷한 정향나무도 있고, 모양만 같은 팥꽃나무, 라일락처럼 향기가 좋은 분꽃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