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밤꽃이 잘 피면 풍년 온다'는 속담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모든 생물은 날씨가 24절기(양력 기준)에 맞춰지면 제대로 싹을 틔우고, 키워 알곡과 열매를 충실히 맺습니다. 기상 조건이 좋으면 농작물 파종과 생육에 알맞아 농사가 순조롭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조상들은 왜 '밤꽃'과 '풍년'을 연결시켰을까요? 어떻게 연결될까요?

연두색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무를 뒤덮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아지 머리에서 난 복슬복슬한 털처럼 탐스럽게 보인다. 올해는 밤 풍년이 들려나···. 정창현 기자

밤나무는 산기슭이나 비옥하고 물빠짐이 좋은,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랍니다. 너무 그늘진 북향이나 산간에는 잘 자라지 못해 생장과 결실이 나쁘다고 합니다.

이는 일조량이 부족하지 않고 좋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개화 시기에 날씨가 따뜻하고 적당한 비가 내려야 개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초여름의 벼농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밤꽃이 피는 시기는 모내기철과 같습니다. 우선 모를 내려면 비가 적당하게 와야 합니다.

특히 가뭄이 들면 한해 농사에 큰 지장을 받습니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이 많았던 옛날에 비는 한해 농사를 좌우했습니다.

밤꽃이 필 땐 밤나무에도 적당한 물이 필요합니다.

거꾸로 물이 풍족해 밤꽃이 흐드러지게 잘 피면 벼농사 풍년 가능성이 컵니다. 물이 모자라지 않으면 모내기가 제때 끝나고 모가 활착을 잘 해 튼실하게 자라고, 병해충에도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밤꽃이 잘 피면 풍년 온다'는 속담엔 밤꽃이 필 때와 모를 내는 철이 겹쳐 비가 적당히 오면 밤이나 벼나 풍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예년과 비교해 밤꽃이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한여름만 잘 이기면 벼농사도 잘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요즘엔 쌀이 남아돌아 벼농사 풍년의 의미가 퇴색돼 있지만 만사 풍족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좋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지금은 4대강 보와 댐, 소류지 등이 잘 갖춰져 벼농사를 짓는데 물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물면 밤밭이나 밤산에 물을 제대로 대지 못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밤값 자체도 기계를 돌려 물을 댈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밤꽃이 잘 피면 풍년 온다'는 속담을 읊는 속마음은 이래서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