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며칠 전 대서였습니다. '큰 더위' 절기입니다.

하지만 옛날 농삿일이 어디 그렇습니까? 일손을 놓을 수가 없지요.

'소서, 대서에 하루 놀면 동짓섣달 열흘 굶는다'는 속담은 작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이 시기에 논·밭 김메기, 논·밭두렁 풀베기를 게을리 하면 잡풀이 작물에 가야 할 영양분을 빨아 먹고 자람을 방해해 소출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논둑에 난 잡풀. 오른쪽 벼논과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있다. 잡풀을 베 주지 않으면 벼가 풀에 치어 잘 자라지 못하고 통풍마저 되지 않아 벼에 큰 악영향을 준다. 정창현 기자

이 시기엔 장마가 오는 등 비가 잦아 벼논에는 피 등 잡초를 뽑아야 하고, 밭에서는 비로 쑥쑥 자라는 쑥 등 잡풀을 호미 등으로 메 주어야 합니다.

덥다고 며칠 논과 밭에 나가서 돌보지 않으면 잡풀이 무성해져 있기 십상이지요. 옛날 농사철에 마을 어른신들은 "풀이 풀이, 우찌된 긴 지 돌아서면 자라 있고···"라고 넋두리를 하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벼논에 난 잡풀을 베 주지 않으면 벼가 풀에 치어 잘 자라지 못하고, 바람마저 통하지 않아 벼에 큰 악영향을 줍니다. 벼논은 논둑에만 나지만 밭은 더합니다. 헝클어진 쑥대머리마냥 온 밭이 풀밭으로 변합니다.

최소한 이 시기만큼은 농업인과 잡풀은 악연 중의 악연입니다.

말하자면,

'소서, 대서에 하루 놀면 동짓섣달 열흘 굶는다'는 속담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그늘막에서 탱자탱자 놀다보면 잡풀을 제어하지 못해 가을 소출이 많이 떨어져서 한겨울에 굶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날을 상징적으로 열흘, 즉 10일이라고 한 것이지요.

요즘 더위는 불볕더위보다 더 센 '극한 더위'입니다. 자칫 땡볕에서 풀을 베다가 일사병에 걸려 큰 고생을 하게 됩니다. 절대로 무더운 날은 작업을 피해야 합니다.

참고로 비료를 너무 많이 줘도 벼가 웃자람으로 병에 약해진다고 합니다. 키만 멀대와 같이 자라 병약하다는 뜻이지요. 또한 줄기(대)와 잎만 무성해 이삭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작물의 영양분인 비료를 많이 줘도 잡풀처럼 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