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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담 순례] '가을 안개는 쌀 안개, 봄 안개는 죽 안개'(40)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9.19 04:42 | 최종 수정 2024.09.19 15:50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안개는 두 얼굴을 가졌습니다.

여행지에서 보는 자욱한 안개 운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와닿습니다. 첩첩산골에 낀 안개나 강물 위에 내려앉은 물안개는 그 자체가 낭만이지요.

그런데 안개는 사람과 동물, 식물 등 생체엔 좋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과 동물엔 호흡기 질환에 문제가 됩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곳에 사는 주민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지 못한다는 주장도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주민들이 대규모 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지요. 공장 지대의 안개는 오염된 미세먼지 등이 섞여 건강엔 최악입니다.

누렇게 익은 나락 위에 낀 가을 안개. 정창현 기자

지금 시절에 맞는 속담 '가을 안개는 쌀 안개, 봄 안개는 죽 안개'는 안개가 농사에 끼치는 영향을 말합니다.

가을 안개는 벼를 잘 영글게 해 수확량을 높이고, 봄 안개는 보리에 병해를 주어 수확을 줄게 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값어치가 있는 쌀과 값어치가 덜한 죽으로 구별을 했습니다.

안개는 지표면 가까이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부옇게 떠 있는 현상인데 밤새 지표면과 대기의 기온이 차이가 심하고 대기 중에 습도가 높을 때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시사철 끼는데 자주, 진하게 끼는 철이 있습니다. 가을엔 상대적으로 안개가 많이 낍니다.

안개는 벼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벼가 익는 가을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한낮의 날씨가 쾌청해져 벼가 잘 크고 제대로 익습니다. 아침 안개가 걷히면 햇볕이 쨍쨍 내려 찐다는 말입니다.

어릴 때 기억으론 아침에 자욱하게 안개가 끼면 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반대입니다. 아침나절 안개가 걷히고 나면 한낮의 햇살은 매우 따갑습니다.

따라서 한낮에 내리쬐는 햇빛은 벼의 소출에 큰 영향을 주지요.

반면 보리 발육기에 끼는 봄의 안개는 보리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침 나절에 햇볕을 차단해 발육을 방해하고 흰가루병과 녹병, 붉은곰팡이병을 일으킵니다.

봄 햇살은 가을 햇살보다 더 따갑습니다. 하지만 봄엔 발육기고 가을은 완숙기이기에 안개와 햇살도 다릅니다. 봄 햇살은 발육기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한다는 말입니다.

안개도 계절에 따라 좋고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속담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론 ▲봄 안개(보리 안개)는 죽 안개 가을 안개(나락 안개)는 밥 안개 ▲가을 안개는 천석을 올리고 봄 안개는 천석을 내린다 ▲보리안개 겨안개, 가을안개 쌀안개 ▲벼 여물 때 안개 끼면 풍년든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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