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말하고 글을 쓰면서 애매하거나 그냥 넘기는 외래어를 찾아 이해를 돕습니다. 풀이를 하면서 특정 상황을 곁들어 이해도를 높이겠습니다. 연재 제목 '알고 나면 더 쉬운 외래어'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지나치는 현실을 더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붙였습니다. 편집자 주
다음은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남자의 불륜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을 아파트 단지 등에 걸어놓았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한 사무실 앞에 불륜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의 현수막', '강남에 걸린 불륜 폭로 현수막', '건물 앞에 걸린 현수막'(?) <표준국어대사전> 플래카드(placard) [명사] 긴 천에 표어 따위를 적어 양쪽을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 놓은 표지물.
서울 강남에 내걸린 불륜 폭로 내용을 담고 있는 현수막. 스레드
이 누리꾼은 플래카드와 현수막의 뜻이 다른 것으로 여기면서 쓴 듯합니다.
플래카드(영어)와 현수막(한자 국어)은 같은 뜻으로 통용됩니다.
플래카드는 외국(영어권)에서 들어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면서 자리한 외래어입니다.
영어로 placard인데, 뜻은 '긴 천에 표어(구호), 광고 문구 등을 적어 양쪽을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 놓은 표지물'입니다.
크기나 형태와 관계없이 무엇을 알리거나 광고할 때에 쓰입니다. 거리에 거는 큰 것도 있지만 손으로 드는 작은 것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 '플래카드(placard)'를 '현수막(懸垂幕)'으로 순화해 써달라고 권고합니다.
현수막의 뜻풀이를 볼까요.
현수막(懸垂幕)은 매달 현(懸), 드리울 수(垂), 장막 막(幕)입니다. 장막을 드리워 매단 것이지요.
현수막의 뜻은 ▲극장, 방 등에 드리운 막 ▲선주장이나 입장을 알리는 전문, 구호문 등을 적어 걸어 놓은 막.표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더해 보겠습니다.
극장 등에 드리운 커튼막 또는 선전문·구호문 등을 적어 드리운 막입니다.
현수막은 ▲돌잔치, 회갑 등 실내 잔치나 행사를 위해 실내에 붙이는 경우 ▲광고, 정치 선전, 선거운동을 위해 실외에 붙이는 경우가 있다.
플래카드는 배너(banner)와도 같은 뜻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배너광고'라고 할 때 그 배너입니다.
'banner ad(banner advertisement)'란 배너광고 뜻입니다. 웹 사이트에 띠 모양으로 게시되는 광고이지요.
Banner의 뜻은 깃발, 기치입니다.
정치 게시물인 플래카드는 국민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되먹지 못한 여의도 정치인들이 자기들 편의로 지난 2023년 초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어느 곳에서나 수량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각 정당은 말 그대로 여과없이 배설한 '저질, 독한 문구'가 난무했었지요. 눈으론 보기 힘들 정도의 문구들은 한결같이 살벌했습니다. 보기 싫은 살풍경(殺風景·볼품 없이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이었습니다.
정치권 눈치만 보던 지자체들은 국민들의 인내가 임계점에 다다라 민원이 폭주하자, 가이드라인을 정해 각 당 지역구에 정리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근처까지 원한 맺힌 듯한 문구들이 내걸려 전국에서 "애들이 볼까 두렵다"는 민원이 빗발쳤지요.
지난 6월 3일 치러진 21대 대통령선거 때 서울 강서구의 한 도로에 내걸린 각당 후보들 현수막. 독자 박진용 씨 제공
오늘 이야기 하려던 내용을 결론 내면 외래어 플래카드는 한자 우리말 현수막, 순수 우리말 펼침막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현수막을, 펼침막울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플래카드(placard)의 표기도 플랭카드나 프래카드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현형 외래어 표기법상 틀립니다.
L과 R의 발음 표기 차이 문제입니다.
잠시 알아보면, L과 R 발음은 한국어 표기에서는 모두 'ㄹ'로 표기됩니다. 발음은 혀의 위치와 소리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L 발음은 혀끝을 윗니 뒤쪽의 치조(잇몸과 이가 만나는 부분)에 대고 소리내고, R 발음은 혀끝을 입천장에 대지 않고 목구멍 쪽으로 살짝 말아서 소리냅니다.
다음을 구별해 발음해보시지요.
L(엘) 발음의 용례로는 light(라이트), lion(라이언)가 있습니다.
R(알) 발음의 용례는 red(레드), ring(링)입니다.
L 발음은 올라이트처럼 '을'을 앞에 붙여 발음해 보고, R 발음은 으레드처럼 '으'를 붙여 발음해 보면 발음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플래카드(placard)에서의 'l(엘)'은 '을'을 붙여 발음하면 더 정확하다는 말입니다. 반면 리(ring)의 'r(알)'은 '으'를 붙이면 더 정확한 발음이 나옵니다.
따라서 L(엘)이 들어간 외래어에는 플래카드(placard)처럼 'ㄹ'이 겹쳐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R(알)이 들어간 외래어 표기에서는 대부분 'ㄹ'이 겹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많이 쓰는 플래카드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