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가 승인돼 해체 작업이 본격화 한다. 운전이 영구정지된 지 8년 만이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해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16회 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21년 해체 승인을 신청한 지 4년 만이고, 2017년 영구정지를 결정한 지 8년 만이다.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맨 오른쪽이 고리 1호기다. 원자력안전위
고리 1호기는 53년 전인 1972년 건설 허가가 나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이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587메가와트(MWe)급 원전이다.
고리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을 마친 뒤 2007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2017년 5월까지 운영되다 그해 6월 영구정지 됐었다.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해체 사전 작업으로 지난해 5월부터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체 작업은 원전에 남아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현재 쳐져 있는 비(非)방사선 구역의 건물과 구조물을 제염하고 철거해야 한다. 이어 해체 지원 시설을 구축한다. 이 과정만 6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방사능 오염 구역의 마지막으로 부지 복원 기간을 합치면 약 12년이 걸려 오는 2037년쯤 해체를 끝낼 계획이다. 예상 해체 사업비는 1조 713억 원이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시급한 과제다. 고리 1호기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사용후핵연료를 외부로 옮겨 저장할 곳도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사상 첫 원전 해체가 시작되면서 고단도의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미국 외에는 원전 해체를 해 본 국가가 없는 블루오션 시장이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해체 작업 초입에 들어서 있다.
철거 과정에서 100종에 이르는 해체 관련 국산 기술을 실전 검증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할 기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세계 원전 600여 기가 해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시장 규모는 500조 원으로 추산된다.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미국은 방사성폐기물을 광활한 사막에 묻을 수 있어 아직 고도화돼 있지 않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닌 원전 해체 기술 내재화와 전문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원전의 전 주기 관리체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도록 역량을 총결집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