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굳이 안 해도 농촌에선 두루 통하는 용어를 놓고 따따부따해 봅니다.
'해충'과 '병해충'을 살펴보고 '병해충'과 '병충해'도 어떤 다른 뜻이 있는지를 구별해 보겠습니다. 의미가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해서, 귀농인보다 기자가 더 궁금합니다.
참고로 따따부따란 '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다투는 소리'를 뜻하지만, 여기에선 옳고 그름으로 결론내기보단 궁금한 점만을 꼼꼼히 따라가며 살펴보겠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경남 사천시의 벼 병해충 공동방제 모습. 사천시
먼저 '해충'과 '병해충'입니다.
해충(害蟲)은 인간의 생활에 해를 끼치는 벌레입니다.
해충의 뜻은 ▲사람(짐승 포함)의 몸에 기생하는 이나 벼룩, 빈대, 회충 등 ▲옷이나 음식물에 기생하는 좀·바퀴벌레 등 ▲농작물(과실나무 포함)에 기생하는 응애(식물 잎에 무리 지어 식물의 즙을 빨아 먹는 해충) 등이 있습니다.
즉, 해를 끼치는 벌레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네요.
해충의 비슷한 말은 악충, 유해곤충, 해론벌레이고 반대어는 익충, 유익충입니다.
병해충(病害蟲)은 주로 농작물에 해를 입히는 병과 해충을 말합니다. 병충이라고도 합니다.
포괄적 의미인 해충을 농작물에만 한정해 병해충이라고 해석하는 것으로 풀이하군요.
따라서 병해충은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벼멸구, 돌발해충 등에서만 통용되지 사람과 짐승에게 해를 끼치는 벼룩, 빈대에는 병해충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감상 이렇게 구별하는지, 대체로 그러합니다.
따라서 농작물에 한정해 말할 땐 해충보다 병해충으로 말하는 게 일상적인 것 같네요. 실제 농업 현장에서도 이렇게 구별해 쓰고 있습니다.
다음은 '병해충'과 '병충해'를 구분해 봅니다.
단어 구조를 보면, 앞의 '병'자에서 '해충'과 '충해' 두 자만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병해충(病害蟲)은 주로 '농작물'에 병을 일으키고 해를 입히는 병과 해충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며 식물 병해충(植物病害蟲)은 식물이 나고 자라는 것을 저해하는 병, 해충 포함한 생물체군을 말합니다. 잡초도 가꾸는 식물을 방해하니 식물 병해충에 들어간다고 돼 있네요.
병충해(病蟲害)는 '농작물 등 식물이 병균이나 해충에 의해 입은 피해'를 뜻합니다. 병벌레해라고도 합니다.
병해충의 뜻은 해를 입히는 벌레(蟲)가 주체이고, 병충해는 벌레에 의해 입는 피해(害)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병을 일으키는 해충(병-해충)과 병을 발생시키는 해충에 의한 피해(병충-해)로 구분됩니다.
뜻 풀이는 그렇다치고,
두 말에서 느껴지는 어감(語感)이 비슷해서 인지, 농업 현장에선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벼논에 농약을 칠 때 "병해충 방제해야지"와 "병충해 방제해야지" 둘 중 어느 게 맞을까요?
둘 다 맞습니다.
앞의 것 '병해충 방제'는 해충을 예방하거나 몰아내자는 것이고 뒤엣것 '병충해 방제'는 병충에 의한 피해를 방제하자는 것입니다
둘러치고 메치는 것처럼, 해하는 충을 없애거나 충에 의한 피해를 없애자는 것이지요. 이래서 농업 현장에선 혼용해 쓰나 봅니다.
참고로 방제(防除)란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한다(몰아낸다)는 뜻입니다. 또한 농사일에서 사촌 쯤 되는 구제(驅除)는 몰 구(驅), 덜 제(除)로 농작물, 과실나무가 성장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로운 벌레를 없애는 일입니다.
달리, 하나 더 비교해 보겠습니다.
"병해충 방지하자"와 "병충해 방지하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방지(防止)란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예방과 뜻이 같습니다.
보통 '병충해 방제'나 '병충해 예방'으로 말하지만 '병충해 방지'로 말하지 않습니다.
'병해충 방지', '병충해 방지'라고 하면 어감상 어색하지요.
하지만 이도 맞습니다.
농사 현장이나 농정 당국에서 그동안 '병충해 방제'란 용어를 주로 써 고착화 된 것이지요.
농사 현장에서 자주 쓰는 이들 농사 용어를 기자의 개인 생각을 곁들어 대략 살펴봤습니다.
기자의 견해가 틀릴 수도, 미흡했을 수도 있지만 별 생각없이 쓰는 이들 농삿말의 뜻과 때와 여건에 따른 용도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농사 용어의 뜻은 고사하고 농사 현장에서 '해충'과 '병해충'은 구별해 쓰는 편이고, '병해충'과 '병충해'는 같은 의미로 두루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