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속세를 뒤집어 놓으셨다", "번뇌가 싹 가셨다"(공연 관람 관객들)
"승려를 가장한 한국의 DJ가 불교를 망쳤다. 입국 허가하지 말라"(말레이시아 국회의원)
머리를 깎고 승려 복장으로 클럽에서 디제잉(djing)을 하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파격적인 공연이 큰 인기를 끌면서 불교계 안팎에서 화제를 몰고있습니다.
불교계에선 선교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불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는다는 현지 의원의 반대로 추가 공연이 무산됐습니다. 앞서 뉴진스님은 한국에서의 인기 여세를 몰아 대만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본인은 귀국을 하니 아이돌 가수급이 돼 있어 놀랐다고 합니다.
뉴진스님은 승적이 있는 스님이 아니고 개그맨 윤성호의 약식 법명입니다. 오랜 불교 신자이고 불교 전파에 큰 역할을 해 조계종에서 준 이름입니다. 명예시민과 비슷한 명칭입니다.
독자분들은 뉴진스님의 공연에 대한 상반된 견해에 어떤 판단을 하시겠습니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찌하리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먼저 대한불교조계종의 입장을 보겠습니다.
조계종은 뉴진스님이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환영합니다.
요즘 국가적인 '인구 절벽' 우려 속에 불교도 신자도 줄고 있는데 젊은층에 불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을 수행하는 불교의 특성상 조용하고 정적인 이미지를 '재미'란 콘셉트로 희석시킨다는 것이지요.
특히 젊은층인 MZ세대의 불교 접근성, 즉 관심을 끄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젊은층에선 뉴진스님 공연에 폭발적인 환호를 보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뉴진스님에게 공연용 합장주(염주)와 헤드셋을 선물하며 “새로운 불교를 함께 알려나가자”고 격려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 뉴진스님이 큰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진우스님은 이 자리에서 "홍대선원을 운영하는 준한스님, '꽃스님'으로 유명한 구례 화엄사 범정스님, 가야금 연주가 일품인 지안스님에 뉴진스님까지 함께하는 불교계 아이돌 그룹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즉석 아이디어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뉴진스님은 "모두가 나에겐 무거운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뉴진스님은 지난 4~7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렸던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도 공연장을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특히 MZ세대의 절대적인 환호를 받았습니다.
뉴진스님은 이 박람회에서 젊은 군인을 대상으로 한 군대 포교를 맡으면서 SNS에서 '꽃스님'으로 유명한 화엄사 범정 스님과 함께 홍보대사로 활동했습니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 홍보대사도 맡고 있습니다.
조계종 주최로 올해 11번째룰 맞은 이 박람회는 '재밌는 불교'를 슬로건으로 사찰음식을 비롯해 불교 공예, 불교 미술, 승복 등 다양한 불교 문화와 예술을 선보였습니다.
행사에는 스님과의 1대1 상담, MZ세대를 대상으로 마음 수행법을 소개하는 기획전도 마련돼 관심을 불렀고,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굿즈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박람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뉴진스님의 무대였습니다.
그는 이 공연에서 '극락도 락(樂)이다'는 타이틀로 화려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무대를 꾸몄습니다. 승려복을 입고, 삭발한 머리에는 헤드셋을 얹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EDM에 불경을 리믹스한 음악에 맞춰 놋그릇을 치며 "부처핸접(BuddaHandsUP)", "극락왕생", "이 또한 지나가리" 등의 리듬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공연해 관객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찬불가에 전자 댄스음악을 접목한 것이지요. 목탁 반주도 곁들였습니다.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이 광경에 요절복통을 했습니다.
곧이어 엑스(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연 '짤'(짧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클럽보다 힙하다"는 반응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당시 공연 영상들은 짧은 시간에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진짜 대박", "현 시각 불교박람회에 불교나이트가 열렸어요", "나 이제 클럽 못 가, "불교가 이렇게 힙할 줄 몰랐다", "이게 진짜 열린 종교 아니냐" 등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 다소 낯설었던 전통 불교문화가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전통 불교문화에 젊은 감성이 더해진 ‘힙한’ 박람회가 됐다”고 화색이 만면했습니다.
뉴진스님은 이어 지난 6일엔 잘 생긴 외모로 ‘꽃스님’으로 불리는 화엄사 범정스님과 함께 ‘힙한 불교’를 주제로 법문을 했습니다. 이어 부처님오신날(15일)을 앞둔 12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길에서 열린 연등회에서 '극락도 樂이다' EDM 난장(디제잉)을 펼쳤습니다.
뉴진스님이 주목을 받은 때는 지난해였습니다.
그는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둔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사거리에서 열린 연등놀이 때 EDM 파티 DJ를 맡았습니다.
이날 공연 동영상이 온라인에 오르자 "진짜 스님 같다"거나 "불교계가 자기들끼리만 재밌는 거 했다"는 등의 극찬 입소문을 탔었지요.
이를 계기로 지난해 조계사 오심스님(불교신문사 사장)을 계사(戒師)로 수계하고 ‘뉴진(NEW 進)’이란 약식 법명을 얻었습니다. 본래 활동명은 '일진스님'이었다고 합니다. 뉴진스님 법명은 이른바 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부캐릭터)'로, 불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롭게(new) 나아간다(進)'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뉴진에 스님 자를 붙이니 최고의 걸그룹 '뉴진스'를 연상시켜 기억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전합니다.
그는 어머니가 불교 신자여서 어려서부터 불교와 인연이 있습니다. 또 완전히 삭발한 헤어스타일은 20년 전부터 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폭발적인 반응과 달리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위카시옹 말레이시아 국회의원이 승려 복장을 하고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댄스클럽에서 공연한 뉴진스님을 비난하고 나섰지요. 위 의원은 뉴진스님이 불교 승려로 위장해 클럽에서 공연하면서 불교의 가치와 가르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키시옹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DJ가 공연 중 불교 승려로 위장해 종교적 감수성을 선동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민국, 경찰, 와국인 공연 승인을 담당하는 푸스팔사무국에 뉴진스님의 입국을 막도록 지시해 줄 것을 내무부 장관에게 호소한다"고도 했습니다.
뉴진스님은 오는 21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뉴진스님은 말레이시아 공연 직전 대만에서 '디제잉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고 합니다. 자신도 "여태껏 살아오면서 겪지 못했던 놀랄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대만 공연 갔다가 왔는데 '아이돌' 대접하듯이 해줘서 너무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불교에서 유래된 '야단법석'이란 말이 있습니다.
야단법석은 법당 안에서 치를 수 없는 큰 법회를 야외에서 치르기 위해 임시로 마련한 자리를 말합니다.
야단(野壇)은 '야외에 세운 단'이고,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을 다 수용할 수 없을 때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는 것을 말하지요.
또한 야단법석은 자리가 정돈되지 않고 어수선하며 시끌벅적함을 의미합니다. 이런 면에서 뉴진스님의 공연이 말레이시아의 주장처럼 일면 난장과도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단법석 야외 행사가 열리면 정규 법회는 물론 대형 탱화를 내걸고 나비춤, 바라춤 등 무용과 음악이 어우러져 종합 불교예술무대가 됩니다.
뉴진스님의 EDM 난장 공연이 "속세의 스트레스 싹 가셨어"라는 글처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짐 하나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야단법석 공연이 되어도 괜찮아보입니다.
뉴진스님의 공연이 공연 본연의 역할도, 종교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