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학조사도 안 하잖아" 곳곳서 방역패스 철회 주장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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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 18:04 | 최종 수정 2022.08.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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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에 대한 역학 조사도 안 한다. 그런데 백신 접종 여부를 아직 확인한다"
경남 진주에서 만난 60대 두 형제. 이들은 며칠 전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방역패스 정책을 두고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동생 A(62) 씨는 "백신 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방역패스(접종 완료, 음성확인제)를 적용하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 시국에서는 맞지 않고, 속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A 씨의 형은 반대 견해를 내놓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증상이 감기 수준으로, 무증상이 많아지면서 방역패스 무용론이 고개를 치들고 있다. 나아가 백신의 부작용 등으로 효능 신뢰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감기 수준에서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느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그래도 백신의 '사회적 이익'을 주장하며 유용론을 강조한다.
A 씨는 한발 더 나갔다. 지금 공공 건물이나 식당 등에 설치된 체온계도 무용지물이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에 확진 된 사람도 거의 체온이 정상인데 체온계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그는 실제 최근 진주나 창원 관공서에 들어갔는데 점검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체험담을 말했다.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출입에 QR코드 등 전자출입명부를 해제안을 검토한다고 언급하자 방역패스까지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체계 개편으로 확진자 동선 파악 등의 역학조사가 사실상 사라졌는데도, 일선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여전히 손님에게 전자출입명부와 방역 패스를 점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5만명을 넘었으나 많은 확진자는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는 역학조사가 없는데 전자출입명부와 방역 패스를 확인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0대 후반 이 모씨는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도 보건소에서 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백신 접종률도 꽤 올라왔는데 방역패스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방역 일선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의료계 종사자 김 모 씨는 "방역패스까지 사라지면 방역 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출입 때 남기는 기록은 경각심을 주기도 하고 그 기록이 차후에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의약 업계 종사자 박 모 씨는 "그나마 이 정도로 방역패스를 유지하니 버티는 것 아닌가 싶다"며 "규제를 더 풀면 미국 등 해외처럼 확진자가 폭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에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제 와서 방역패스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지금은 '위드 코로나'로 가는 단계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동생 A 씨는 "방역패스의 완전 폐지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백신 접종률도 높은데 식당과 카페에서의 미접종자 1인 이상 자리나 현행 밤 9시 영업시간은 최소한 한 시간 늘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지난달 24일 권영진 대구시장을 상대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돼 지난 9일 첫 변론이 있었다.
원고 측은 "방역패스 제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식당·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철폐 및 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윤용진 변호사는 "QR 체크인을 비롯해 방역패스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으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될 소지가 상당하다"며 "혼술, 혼밥 자체가 사회생활을 하지 말란 것으로, 규제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려도 사망하거나 중증으로 갈 확률이 낮은데도 백신을 강요하고 있다"며 "피고 측은 변론에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나오는 지침에 따를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