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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삼척 대형 산불] "40년 가꾼 송이밭 잿더미 됐다"

30년을 회복해야 버섯 채취 가능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3.09 15:06 | 최종 수정 2022.03.10 15:47 의견 0

울진·삼척 대형 산불이 40년을 가꾼 송이밭도 잿더미로 만들었다.

송이버섯.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지난 4일 경북과 강원 동해안을 휩쓴 산불이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 있는 송이밭들도 덮쳤다. 울진 주민의 20%인 1만여명은 송이 채취로 살아간다.

산 중턱에서 자라던 송이들이 불에 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산 전체는 온통 희뿌옇게 변했다. 산 비탈을 따라 소나무 수백그루가 심겨진 현장을 찾은 주민들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흩날리는 재를 쳐다보며 허탈해했다.

화마는 이 마을 엄정섭(62) 씨의 송이밭도 한 순간에 덮쳤다. 불에 타기 전 땅 속에는 지름이 3~4㎝가량인 하얀 송이포자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지금부터 석 달쯤 뒤면 송이포자가 밀가루처럼 뽀얗게 변하지만 소나무가 다 타버려 버섯으로 자라지 못한다”고 말했다. 송이버섯은 한번 불에 타면 포자 생성을 못 해 앞으로 30년 간은 버섯 채취를 하지 못한다.

엄 씨는 송이버섯을 공들여 가꿨다. 매년 9월쯤 가족과 함께 약 25일간 400~500㎏을 따 울진군산림조합에 판매하고 5000만~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40년 넘게 송이버섯을 내다판 돈으로 세 자녀를 키웠고 생계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산불로 송이밭을 잃은 또 다른 마을주민 엄기현 씨(72)는 “잡목과 풀을 베면서 송이밭을 가꿔왔는데 다 타버려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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