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대형 침수로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지난 7일, 49년 만에 가동이 중단된 포항제철소가 추석 연휴를 잊고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벌써 7일째로 연 3만여명이 동원됐다.
일각에서는 핵심 시설이 완전 물에 잠겨 완전 정상화까지 2년은 걸릴 것이란 우려스런 주장도 나온다. 쇳물을 재생산 해도 초기 불량률이 많고, 완제품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12일 포항제철소에 따르면 포철은 전국에 있는 대형 양수기를 총동원해 추석 연휴 내내 지하에 고인 물을 퍼내고, 광양제철소 직원과 퇴직자까지 나서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태 나흘 만에 물에 잠긴 용광로인 고로 3기 중 2기를 정상가동 시켰다.
1고로는 노후화 돼 지난해 종풍(가동 종료) 됐다. 휴풍은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주입하는 뜨거운 바람을 일시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2개월마다 정비를 위해 짧은 기간을 휴풍 한다.
이태희 포스코 홍보섹션 리더는 "12일 고로 2기의 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13일에는 나머지 1기를 정상화 한다. 전기도 부분적으로 재개통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힌남노 물폭탄으로 공장 전체가 2m 가깝게 물이 들어찼다.
원형일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장은 지난 8일 "유압 설비 등 대부분의 가동 설비가 지하에 있다"며 피해의 속사정을 전했다.
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압연 라인은 침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커 재가동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철강 제품 생산 과정은 철광석을 쇳물로 만드는 ‘제선’→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제강’→액체 상태의 철을 고체화하는 ‘연주’→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압연’ 공정(후공정)으로 나뉜다.
포항제철소 한 중견 직원은 "껍데기 빼고 모두 교체해야 돼 제철소를 새로 짓는 거나 마찬가지다. 완전 정상화까지 2년은 잡아야 한다”고 걱정을 했다.
그는 "각종 설비 가동에 손발이 되는 모터와 실린더가 모두 못쓰게 됐다. 공장 하나에 모터 3000여 개가 들어가 있는데 완제품공장이 40여개인데 이를 감안하면 수만개 모터를 바꾸어야 한다. 당장 발주해도 제조업체가 납품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제강 쪽은 한 달 내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제품을 만드는 압연 공장은 냉천과 인접해 범람 피해가 컸지만 용광로와 제선·제강 공장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다.
이 전망이 현실이 되면 '산업의 쌀'인 철강 품귀로 자동차와 건설·조선 등 산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경영진은 복구 우선 순위를 정해 단계적 정상화를 목표로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반제품인 슬래브를 전남 광양제철소로 가져가 완제품 생산 라인에서 가공하기로 했다. 광양제철소 생산성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 측은 "압연 라인은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규모 추산과 이후 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압연 라인은 침수 정도에 따라 짧게는 1주, 길게는 최대 수개월내 정상조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포항제철소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의 35%인 1685만t이다.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매출은 18조 4947억 원이다. 하루 507억원다.
제품별로는 배를 만드는데 쓰이는 후판이 338만t, 자동차와 가전제품 냉연강판 291만t,건설 현장에 쓰이는 선재 274만t, 자동차에 쓰이는 열연강판이 220만t이다. 전기강판과 스테인리스스틸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