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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억지 춘향격' 이태원 참사 서명 현장···민주당은 다급해졌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1.17 04:39 | 최종 수정 2022.11.26 16:49 의견 0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백화점 정문 앞. 기자가 경남 진주행 버스를 타기 위해 종종걸음을 하며 백화점 앞을 지나는데 확성기가 크게 울렸다. 이곳은 휴일이면 많은 쇼핑객들이 오가는 곳이다.

확성기 소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마이크를 잡은 한 당원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등 성토성 목청을 높였다. 그 앞에는 일렬로 선 당원들이 손에 성토글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쩌렁쩌렁 울리는 성토의 목소리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어떤 이는 연신 손가락질을 하고서 지났다. 백화점 횡단보도 앞에선 몇몇 당원이 서명 호객을 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 20대로 보이는 남녀가 지났다. 한 당원이 백화점 입구까지 따라가며 서명을 애걸복걸했다.

기자는 바빠 횡단보도를 건넜기에 이후 상황과 분위기는 모른다.

민주당의 서명운동 장소. 사람들이 걸어오는 곳에 확성기가 설치돼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지 않지만 사진 앞쪽 횡단보도에 수십명의 시민이 있었지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정기홍 기자

기자는 16일 민주당이 각 시·도당에 이태원 참사 서명운동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서명 인원을 채우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역시 며칠 전의 백화점 앞 분위기처럼 국민들의 호응도가 꽤 낮은 모양이다. 뜬금없는 정쟁성 장외투쟁이란 지적도 많이 들린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사무총장 명의로 시·도당에 “장기간 서명운동 거점으로 적절한 장소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의 일환이다.

민주당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천막 당사를 운영하고,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엔 1인 피켓팅 등 홍보전을 병행하라는 지침도 내렸다는 전언이다. 또 지역위원회에 서명 목표치를 제시하고, 매일 서명받은 인원 현황을 당에 보고하도록 했단다.

민주당 일각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국정조사와 특검은 국회 다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장외로 나가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권리 당원만 100만명에 육박한다니 100만 서명은 간단히 넘길 것이다.

기자는 13일 머리를 깎으려고 미용실에 들렀다.

기자가 미용사와 몇 마디 나누다가 "지방에 있으니 얼마 전 서울에서 난 큰 인명사고가 크게 와닿진 않았다. 지방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것 같다"고 하자 미용사는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하다. 놀러가서 죽은 사람들에게 우리 세금을 들인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죽은 분들에겐 미안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요···." 그는 아주 조심스러운 듯 에둘러 자신의 생각과 주위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긴급히 독려한다는 소식은 그만큼 호응도 낮다는 방증이다. 기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처 방식 등에서 느낀 것이 많구나"

세월호 치유 명목으로 피해자 지원에만 수백억원, 전체로는 수천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치유의 목적은 이뤄졌는가, 그렇지 않고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했는가? 기자는 지금도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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