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의 이승우 선수(24·수원 FC)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계방송 해설위원으로 나서 쏟아낸 멘트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경기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인상적인 멘트들로 ‘어록 제조기’로 떠오르며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해설 천재'란 말까지 듣고 있다. 말도, 해설도 잘 한다는 평이다.
빅데이터 기업인 TDI가 지난 19~23일 카타르 월드컵 중계 방송사의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SBS의 해설위원 이승우가 20만 2000건으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2위 SBS의 박지성(6만 900건)의 3배다. 3위는 KBS 해설위원 구자철(5만 4800건), 4위는 MBC 해설위원 안정환(4만 5800건)이었다.
축구팬 사이에서는 이승우의 중계가 거침없이 당돌하고, 재치있고 유창해 중계를 듣는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다.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 중계에서는 능숙한 스페인어로 선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중계 도중에 언급한 '달콤하다'는 이승우의 상징어로 자리했다.
한편으로 시청자들은 이승우의 K리그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도 드러내고 있다. 이승우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초중반을 함께했지만 월드컵팀 승선은 실패했다.
■ 다음은 이승우의 중계 어록이다.
◇22일 C조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해설위원 데뷔전)
▶문자를 한번 보내봐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안될 것 같습니다(중계진이 '메시 형'이라고 부르는데 연락은 어떠냐는 물음에)
▶"아~ 세리머니가 '축구의 신'치고는 좀 밋밋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갈까 말까~' 하나 보여주고 싶습니다"(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페너티킥 성공 후)
* '갈까말까'는 앞으로 나아갈 듯 말 듯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이승우의 세리머니다.
▶"(추가시간을) 거의 뭐 '노래방 서비스' 수준으로 계속 주고 있거든요"(추가시간을 10분 넘게 주어지자)
◇23일 E조 독일-일본전
▶"구보는 내가 업어 키웠습니다. 훈련을 안 할 때 춤을 가르쳐 줬지요. 경기장 밖(춤) 스텝은 축구 스텝만 못합니다"(스페인에서 함께 생활했던 일본 대표팀 구보가 나오자)
▶"옛날 감성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약간의 오심도 있고 이야깃거리가 없어서 아쉽습니다"(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VAR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에 대해)
▶"와~, 이렇게 '데굴데굴' 굴러 오는 순간 아~ 맛있거든요. 달콤한 저 순간, 부럽습니다"(일본이 첫골을 성공시키자)
◇24일 H조 1차전 한국-우루과이전
▶"저도 목이 찢어져라 (한국을) 응원하고 내일 해설 쉬겠습니다"(경기 전 증계진과의 멘트 중)
▶나상호 활동량 아주 그냥 뭐 해버지(해외 축구의 아버지)입니다(나상호 활약상에)
▶"머리에 탁 (맞아서) 들어가면 달콤하거든요"(우루과이 선수의 헤딩 상황에서)
▶"(골키퍼) 김승규 선수 컨디션 초록색입니다"(우루과이 슛을 막아내자)
▶"안 들어가도 때렸으면 좋겠어요"(손흥민이 슛 순간을 놓치자)
하지만 이승우는 본업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 카타르에서도 월드컵 이후 소속팀 경기를 대비해 밤마다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이승우는 "(제가) 그라운드에서는 흥이 많다. 해설은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면서도 “선수로 월드컵 본선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하다”고 속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