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손님, 커피 나오셨습니다"···'사물 높임말' 홍수시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2.10 16:25 | 최종 수정 2024.01.31 16:07
의견
0
기자는 오늘(10일) 15분여간의 취재 중에 상대방의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듣고 급히 "어이쿠, 전화가 오신 거 같아 끊어야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말을 하고 나선 "허 참" 하고 혀를 찼지요. 장시간 통화에 미안해 엉겁결에 한 말입니다. "전화가 온 거 같은데요"라고 해야 옳았습니다.
그분에게 다시 전화를 했는데 다른 직원이 "(담당자에게) 전화가 오신 것 같습니다. 연결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또 저와 비슷한 예칭을 하더군요.
요즘은 '사물 높임말' 홍수시대입니다. 사람이 아닌, 사물과 동물이 지극정성의 높임말을 듣는 시대입니다.
사례를 더 열거합니다.
"커피가 나오셨습니다"(커피점 직원), "5만 3천원이십니다"(마트 계산대 직원) 등등 주위에 이런 예는 참 많지요.
왜 과잉 친절이 나올까요? 치열한 먹고 사는 시대의 '웃픈' 상징이겠지요.
얼마 전 방송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는 걸 봤는데, 당시 기자는 "저렇게까지 해야하느냐"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제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만큼 손님을 받아야 상품을 팔 수 있는 직업인, 스승 등 상대가 어려울 때엔 시나브로 입에서 나오는 과례(過禮·지난친 예절) 사례이지요.
어느 옷가게와 커피점 직원이 그러더군요. "이 옷 10만원이십니다" "커피 나오셨어요"라고 하지 않으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듯해서 한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손님이 왕인 이들 유의 가게에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상례가 된 듯합니다.
언어의 혼란은 서로의 의사 소통에 지장을 초래해 '사회 비용'을 치르게 되는데요.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말을 쓰는 노력과 연습을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