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골백번 더 들었다" "여러 골백가지가 있지"
진주 등 경남 지방에선 이런 문구를 자주 씁니다.
'골백번'이 표준말이군요. '여러 번'을 강조하거나 '여러 번'의 속된 말이라는 뜻입니다. '여러 골백번'도 엄청 많음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골'은 옛날에 수치인 만(萬·10000)을 나타내는 토박이말입니다. 본래 뜻은 셀 수 없을 정도로 큰 수를 의미합니다.
골백번의 크기 주장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만(10000)과 백(100)을 곱해 1000000(100만) 즉, 10의 6승이라는 주장입니다.
두번째는 만이 백번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이도 있습니다. 만을 백번 곱하면 10000의 100승이므로 엄청 큰 숫자입니다. 1 뒤에 0이 400개니 붙는 것이라네요(기자는 수학 지식이 일천해 모르겠습니다).
둘 다 '매우 여러 번'을 과장한 표현이지요.
지금은 만(萬)을 뜻하는 '골'은 사라졌지만 골백번이라는 표현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골'처럼 사라졌지만 수치를 나타내는 옛 토박이말 '온', '즈믄' '잘'을 살펴봅니다.
온은 백(百·100)입니다. 온나라, 온몸, 온갖의 접두어 '온'은 백(百)을 뜻하는 옛말입니다. '눈이 온 뒤 온세상이 하얗다'에서의 온이 이런 뜻입니다. '백날 가 봐야 소용없다'의 '백'도 이 경우입니다.
즈믄은 천(千·1000)입니다. 즈믄둥이에서 '즈믄'이 천의 의미이지요.
거믄은 골과 같이 만(萬·10000)인데, '이몸이 죽고죽어 골백번 고쳐 죽어'에서 보입니다.
잘은 억(億·100000000)입니다. '억수로 잘 해라이'에서 보듯 경상도 말에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너무 큰 숫자라서 계산기도 에러를 냅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온=백', '즈믄=천', '골, 거름=만', '잘=억'을 뜻합니다. 모두가 수를 나타내지만 수의 직접적인 의미보다 '엄청 많다', '엄청 크다'의 뜻을 지닙니다.
지금도 백·천·만을 수사(數詞)가 아니라 '많다'는 뜻을 나타내는 접두어로 붙여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사이트들은 숫자와 단위를 나타내는 우리 말을 소개하는 곳입니다.
▶http://sgti.kehc.org/hangul/5.htm
▶http://lovemath.netian.com/math/ibagu1.htm
▶http://sgti.kehc.org/hangul/5.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