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기자
승인
2023.02.17 20:09 | 최종 수정 2023.02.18 10:56
의견
0
단어의 뜻은 같으나 일상에서 어감상 사용처를 달리 쓰는 경우는 많다. 별 생각 없이 혼돈해서 쓴다. 알면서도 그냥 쓰고, 애매해서 쓰곤 한다.
문해력(文解力·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젊은층에서 이런 사례가 더 눈에 띈다.
'습관'과 '버릇'도 이 범주에 속한다. 습관은 한자어이고, 버릇은 순수 한글이다.
습관(習慣)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다. 익힐 습(習), 버릇 관(慣)이다.
버릇은 '오랫동안 자꾸 반복해 몸에 익어 버린 행동'이다. 습관과 뜻이 비슷하다. 그런데 버릇에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는, 정상이 아닌 동작이나 행동'이란 뜻도 있다.
따라서 어감상 습관은 조금 더 격식적인 경우에, 버릇은 좋지 않은 행동과 나쁜 이미지에 사용하는 편이다.
버릇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하거나 부적응 ·불합리 한 것에 많이 쓴다. 따라서 보편적인 행동보다 편집(偏執)을 갖거나 일탈(逸脫)한 경우에 사용한다.
버릇은 속담에서 많이 나온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제 버릇 개 못 준다'처럼 정상적이 아닌 것을 고칠 것을 지적한다.
'버르장머리'라는 말도 있는데 버릇의 속된 말이다.
특별한 건 호흡·배설 등 신체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반복 행동은 습관이라고 말하지 버릇이라고 하지 않는다.
둘의 용처를 대략적으로 대별하면 '좋은 습관'과 '나쁜 버릇'이란 틀로 쓰면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
사례를 더 알아보자.
무엇을 배우는 학습을 말할 때 '학습 습관'이라고 하지 '학습 버릇'이라고 하지 않는다.
굳이 '학습 버릇'으로 쓴다면 "아이가 학습 버릇이 좋지 않아요"와 같이 부정적일 때가 더 알맞다. 물론 "학습 습관이 좋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이는 격식을 갖춘 말이다.
또 "손버릇이 나빠"라고 하지 "손습관이 나빠"라고 하지 않는다. '술버릇'의 경우 술을 먹으면 나빠지는 행동을, '술습관'은 일상적인 술 먹는 것을 말한다.
두 단어를 놓고 '어느 것이 맞냐'는 시험문제로는 낼 수 없다. 맞고 안 맞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관습적으로 쌓아 사용해온 어감의 차이에서 차별해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