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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이 알아야 할 농삿말] 대체 '적과(摘果)'가 뭐얏!(6)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4.01 03:39 | 최종 수정 2023.04.01 13:04 의견 0

공직사회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환장할 만큼 한자어가 많습니다.

'적과'도 이런 유에 속합니다.

경남 함양군의 사과 과수원에서 주민이 작은 열매를 '솎아내고' 있다. 함양군 제공

어제 받은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접했습니다.

'경남 함양군은 사과 꽃이 개화함에 따라 적과제 살포로 인한 벌 피해를 막기 위해 사과 적과제 안전사용기준 준수를 당부했다'

'사과 적과제'란 단어를 접하고 적과가 뭐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사과 적과제'에서 '사과 적과', '적과'로 세분화 해봤습니다.

적과(摘果), 과일을 따는 것이네요. 딸 적(摘), 열매 과(果)이고요.

앞서 자주 말했던 것처럼 행정적인 용어입니다. 뜻은 '나무를 보호하고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이 달린 과실을 솎아내는 일'입니다.

딱딱하고 권위가 와닿지요. 행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이해를 하려고 하니 흐름이 끊깁니다. 끊긴 사이에는 권위(지시)가 들어가 채웁니다. 하지만 기어코 쓰는 것은 행정적인 냄새의 용어를 써야 전달 사항이 잘 먹힌다는 것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일제강점기나 1960~1970년대 '극단 권위시대'의 잔상으로 봅니다.

다음은 '농업민'과 '공무원'이 과수원에서 만나 이야기 하는 예를 들었습니다.

농민이 말합니다. "올해 사과 열매가 너무 많이 열려 좀 속아내야(따내야) 하겠어". 이를 들은 시 공무원은 "예. 적과를 좀 해야 하겠네요. 손으로 적과하지 말고, 꽃을 적과하는 적과제를 뿌리세요"라고 합니다.

여기서 '속아내다'와 '적과'가 같은 뜻이란 건 상당수의 귀농인들은 모를 겁니다. 완전한 한글 세대인 50대 이하에서는 거의 모를 지도 모릅니다. 잘 아는 '속아내다'로 미루어짐작해 적과와 같겠지라거나 대충 아는 척 하며 넘기겠지요.

낙과(落果)도 비슷합니다. 떨어질 낙(落), 열매 과(果)이며 떨어진 과일입니다. 그래도 이 단어는 '태풍 때 낙과 과일에 애타는 농심' 등으로 자주 언급돼 적과보다는 더 통용되지요.

의학 용어는 매우 어렵고, 법률 용어도 그렇습니다. 시쳇말로 둘의 직업이 어려운 용어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관가에서 오랫동안 행정용어 순화운동을 해왔는데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백년하청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형식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이를 이해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은 낭비입니다. 국가에도 낭비입니다. 돈으로 치면 엄청나겠지요.

농업인 여러 분들이 대화 중에 이를 지적을 해줘야 합니다. '적과'보다 '속아내기'와 '따내기'가 낫지 않습니까?

제가 짐작컨대 귀농을 하신 분들이 '적과'를 아는 분이 많지 않을 겁니다. 적과는 많이 달린 꽃과 작은 열매를 속아내기입니다. 순수 우리말로 '알솎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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