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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이 알아야 할 농삿말] 산물벼와 건조벼(5)

정창현 기자 승인 2022.11.29 15:19 | 최종 수정 2023.02.15 13:54 의견 0

올해 가을 갓 수확한 벼 수매가 한창입니다. 이미 20일 정도 전에 수매는 시작됐지요.

농촌 지역이나 도농통합도시 기초단체장들은 하나같이 수매 현장에 가서 점검하는 모습을 찍어 보도자료로 내고 있습니다. 농업인 입장에선 별 도움도 안 되는 의례적인 방문이지만, 이 또한 행정 행위의 하나이니 너무 뭐라고 할 이유는 없겠습니다.

정부(농협 포함)의 벼 수매 과정에서 쓰는 벼의 명칭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산물벼, 또 다른 하나는 건조벼입니다.

오늘(29일) 진주시의 보도자료를 보면서 '산물벼'란 단어가 기자의 눈에 띄어 알아봅니다.

지난 11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에서 검사원이 대야에 담긴 벼의 품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창현 기자

"건조벼야 건조한 벼이겠거니 하지만 산물벼라니··"

우선 산물벼는 산물(産物)일 것으로 짐작해 온라인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산물벼'란 단어는 표준어사전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나 지자체에서 버젓이 사용하는 단어인데도 말입니다. 상용하지만 등재가 안 된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업무 행보가 느리다는 뜻이겠지요.

대신 '물벼'는 있습니다. 물벼란 '채 말리지 아니한 벼'나 '논벼(논에 심는 벼)'입니다.

국립국어원의 관련 답변을 소개합니다.

"만약 채 말리지 아니한 벼를 뜻하는 말로 ‘산물벼’를 이제 막 만들어서 ‘물벼’ 대신 쓴다고 한다면,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물벼’를 쓰도록 권하겠지만, 지금까지 해당 분야에서 ‘산물벼’가 특정한 뜻을 나타내는 말로 자리를 잡고 쓰여 왔다면 농업 전문용어로 보아서 지금까지 쓰신 대로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에서 쓰이고 있는 단어들 모두가 사전에 실려 있는 것은 아니고,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단어라고 하여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시어 단어를 쓰실 수 있습니다"(문장이 정제되지 않았으니 잘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농업인들은 '마르지 않은 벼'를 산물벼라고 하네요. 즉 논에서 벤 벼를 건조하지 않고 바로 수매장에 내온 나락입니다. 단위농협에서 가공용으로 수매를 하는 벼입니다.

그런데 연관어로 '조곡'이란 단어가 느닷없이 튀어나옵니다. 어느 분이 건조벼라고 설명하군요.

조곡(組穀)은 짤 조(組), 곡식 곡(穀)으로 '껍질도 벗기지 않고 가공도 하지 않은 벼나 보리의 낟알'입니다.

조곡은 건조 유무를 담고 있는 단어가 아니군요. 하지만 어느 지역에선 건조벼를 조곡이라고 부를 지도 모릅니다. 특정 지역에서 이처럼 오래 전부터 대충 불러온 단어들이 더러 있지요.

기자의 궁금증을 더한 내용은 더 있었습니다.

'벼를 건조하면 부피가 줄고, 수분도 줄어드는가'입니다. 부피가 주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수분에 관한 다음의 내용을 보면 '저와 독자분들의 상식'은 무참히 깨집니다.

RPC(미곡종합처리장)에 산물벼를 가져가면 수분율로 감량 기준을 잡는다고 합니다.

어떤 농협에서는 수분 18% 때는 5%를 감량 하고, 27% 때는 15%를 감량 한다는 댓글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이는 다시 확인해봐야 할 듯합니다. 농협은 전국 통일 기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궁금한 내용은 또 있습니다.

어제 벤 벼와 오늘 벤 벼를 산물벼로 수매장에 내면 수분이 어제 것이 많을까요, 오늘 것이 많을까요?

어제 것이 많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론 어제 베었으니 조금 더 말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꾸로입니다. 베고서 최대한 빨리 내는 것이 등급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서리가 온 뒤 베면 수분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군요.

산물벼의 수분은 보통 15~18%로 나오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면 25~28%로 크게 올라간다는 글이 많네요. 어느 분은 다음날 RPC에 냈더니 전날 오전에 벤 것은 26%, 오후는 23~24%, 해가 진 뒤 벤 것은 21~22%가 나왔다고 합니다.

귀농인들로선 이런 내용들이 긴가민가 하고 또한 매우 헷갈립니다.

처음 산물벼를 알아보려고 했을 땐 "너무 간단하지 않을까" "무슨 내용을 담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심심산골의 으슥한 길을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입니다.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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