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멈춰서 읽는 시] 김소월의 '산유화(山有花)'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18 17:53 | 최종 수정 2023.04.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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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경남뉴스는 운동길과 산책길에서 자주 보는 입간판 시를 소개합니다. 대체로 쉬운 시구여서 누구에게나 와닿습니다. 걷다가 잠시 멈추고서 시 한 수에 담긴 여유와 그리움, 애틋함을 느껴보십시오.
김소월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고유 정서를 기반으로 한 시를 많이 썼습니다. 민족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우리 민족의 토속적인 한과 정서를 잘 담아낸 시들이 많습니다.
그의 주요 시작품은 누구나 잘 아는 '진달래꽃'을 비롯해 '산유화(山有花)', '접동새',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개여울',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등이 있습니다.
소월에 관해선 앞서 소개한 시 '먼 후일' 기사에 소개돼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우선 산유화의 시를 읊어봅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시 '산유화'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 현상을 통해 '고독'을 형상화 하고 있습니다.
시의 전개는 1연에서는 ‘꽃의 탄생을 보여주고, 2연과 3연에선 고독한 존재로서의 꽃 모습을 읊습니다. 이어 4연에서는 꽃이 소멸함을 그립니다.
이 시에서 가장 많이 와닿은 시상(詩想·시에 나타난 사상과 감정)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에서 보듯 고독함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이 고독은 꽃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등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에서 느낄 수 있는 모습이겠지요.
특이함은 근원적 고독을 ‘~네’라는 종결 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운율(글의 가락)을 만들면서도 감정의 절제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봄날씨도 완연해졌고, 벚꽃 등 '찰나의 꽃'들은 졌지만 뒤를 이은 4월의 꽃이 산책길에서 반갑게 맞습니다. 집 주변의 공원에 입간판으로 새겨진 시 한편 읽고서 걸어가는 여유로운 산책길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