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의 기적 생환'…비행기서 아마존에 추락한 콜롬비아 어린이 넷, 살아 돌아왔다
3주 전 '생존 발표' 철회했던 대통령 "온 나라의 기쁨"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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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21:08 | 최종 수정 2023.06.1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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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가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추락한 이후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어린이 4명이 40일만에 무사히 발견됐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3주 전 성급하게 '생존'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크게 반색하고 있다.
콜롬비아 군 당국은 9일(현지 시각) "아마존 정글인 구아비아레와 카케타에서 행방불명됐던 아이 4명이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은 구조요원들이 아이들을 살피는 모습의 사진도 공개했다.
생환 소식은 지난달 1일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40일째다. 정부는 구조된 어린이들을 헬기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옮긴 뒤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40일 전 콜롬비아 정글에서 실종됐던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 나라의 기쁨"이라고 썼다.
'기적의 4남매'는 레슬리 무쿠투이(13)와 남동생 솔레이니 무쿠투이(9)·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막내 여동생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로 밝혀졌다. 막내는 경비행기 추락 사고 당시 생후 11개월째로 정글에서 첫돌을 맞았다. 아이들은 볼이 파일 정도로 심하게 야윈 채 보온 담요를 덮고 있었다.
콜롬비아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조종사를 포함한 어른 3명과 어린이 4명을 태우고 소도시 산호세델과비아레를 향해 날던 경비행기가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정글인 솔라노 마을로 추락했다. 불법 무장 단체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고로 성인 승객 2명과 파일럿 등 3명은 숨진채 발견됐다.
그런데 비행기에 동승했던 아이들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정부 당국은 헬리콥터 5대, 인력 150여명, 탐지견 등을 투입해 추락지점 인근 숲속을 샅샅이 뒤져 유아용 젖병과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찾아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군수색대는 헬리콥터로 정글 곳곳에 음식이 담긴 상자를 떨어뜨렸고, "더 움직이지 말라"는 아이들의 외할머니 육성 녹음 메시지를 방송하며 탐색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최대 40m의 키 큰 나무, 악천후, 야생동물 등으로 수색에 난항을 겪으면서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4남매의 삼촌은 “비행기가 추락한 직후 아이들이 잔해 더미에서 파르냐(카사바 가루)를 꺼내 먹었고 이후에는 씨앗을 먹으면서 버텼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원주민 아이들이서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은 것이 생존을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3세 맏이 레슬리는 동생들을 돌보며 나뭇가지와 가위, 머리끈 등으로 임시 대피소를 만드는 등 기본적인 생존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수색팀은 지난 9일 사고 지점에서 약 3.2㎞ 떨어진 곳에서 막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들을 발견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잘못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의 소셜미디어에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성급한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키웠다.
이번 구조의 작전명은 '에스페란사'(스페인어로 희망이라는 뜻)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