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3일 전에 전격 보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신학림 뉴스타파 전 전문위원(전 언론노조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7일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이 72분 동안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33쪽에 달한다. 두 사람은 대선 6개월 전인 지난 2021년 9월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카페에서 만났었다.
뉴스타파는 이날 보도가 허위 보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 대화 내용 중간을 많이 생략해, 윤 당시 대검 중수과장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축소 역할을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결정적인 대목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팀에는 대장동 사업 등 대출 수사 자체가 없었다"며 허위라고 반박했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신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인터뷰를 한 정황도 있다.
신 전 위원장은 "내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라고 하자 김 씨는 "어떻게? 부고?"라고 묻고, 신 전 위원장은 "부고 보고 내가 알았어"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이 부고 기사를 보고 김 씨의 연락처를 안 이후 김 씨를 찾아왔고, 김 씨는 ‘ㅇㅇㅇ선배’가 신학림 근황을 알려줬다면서 “(ㅇㅇㅇ선배가) ‘야, 내가 알아보니까 뉴스타파인가 애들 하고 가끔 만나서 연금으로 술 먹으러 다니고. 잘 살고 있으니까 너, 걱정하지 말라고 이러더라’(라고 했다)”라고 했다.
김 씨는 이어 “내가 뭐라 했냐면, 아니 그(신학림) 형 내가 아는데, 경제적으로 재주가 없고 누구한테 삥 뜯지도 못하는 형이라 지금 되게 힘들 텐데 내가 해줘야 하는데, 아 참 그 형…”이라고 했다.
김 씨는 “그냥 우리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 편하게 살어. 고문···. 부정한 회사 아니야. 알았지?”라고 말했다. 본인이 대주주인 화천대유의 고문직을 신 전 위원장에게 제안하는 듯한 발언이다.
이어 신 전 위원장이 “조우형은 가 가지고 박○○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 하고 마시고 온 거야?”라고 묻자 김 씨는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 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라고 말했다.
커피를 타준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도 박 모 검사도 아니고 (검찰)직원이며, 조우형 씨 혼자 커피를 마셨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대선을 3일 앞둔 지난해 3월 6일 보도에서 이 부분을 뺀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특검이었던 박영수 변호사-윤석열 두 사람 역할을 부각시킨 듯한 대목도 있었다. 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
김 씨가 "(박영수 변호사는)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중략)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등 독자가 충분히 윤석열 검사가 봐 준 것으로 인지하도록 만들었다.
김 씨가 말한 "박XX를 만났는데 박XX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란 대화를 "그냥 봐줬지"로 줄여 맞추었다. 녹취록 전문과 달리 커피를 타 준 검사가 윤석열 중수과장으로 대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녹취록에는 신 전 위원장이 인터뷰 때 계속 ‘윤석열이 수사 무마해줬다’는 쪽으로 김 씨의 발언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던진 정황도 있었다.
김 씨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에 대해 말할 때 등 모두 세 차례 입단속을 했다.
김 씨는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나. 그런데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안 하는 거야. 아니 죽을 때까지 하지 말아야지, 응?"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녹취록 전문을 발표하면서 "보도를 전제로 한 인터뷰가 아니고 선거와 관련없이 이뤄진 사적 대화"라고 강조했다. 또 발췌, 편집된 부분에 대해선 자연스러운 대화여서 잘 이어지지 않아 편집을 하다 발생한 일이고, 전체적으로 대검 중수부 라인이 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김 씨의 발언 취지와 부합한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두 사람이 화장실로 옮겨 나눈 대화도 녹음됐다며 CCTV가 있는 커피숍에서 선거 공작을 모의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녹취록 내용과 반대로 '윤석열 당시 부산저축은행 주임검사(서울중앙지검 중수과장)가 커피를 타 주는 등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씨의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로 기사를 썼다.
검찰은 검사 10여 명을 투입한 특별수사팀을 꾸려 뉴스타파 이 같은 보도 경위를 확인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은 담보를 설정해 해준 대출이어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허위 발언인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사전에 여러 경우의 수를 설정해 장시간 말을 나눴을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김 씨가 신 전 위원장의 책을 높이 평가했다고 주장하지만 1억 6500만 원을 준 책 3권은 화천대유 사무실에 수년째 방치됐다고도 밝혔다.
한편 김 씨는 오늘 새벽 석방되면서 윤석열 검사의 수사 무마 의혹을 부인했다.
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입장은 변함 없냐'는 질문에 "그 당시에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과장으로서 그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달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