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면서 LG그룹의 고 구본무 회장의 추모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구 전 회장은 럭키금성(현 LG) 시절이던 지난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 이름으로 창단했고, 그해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4년 후인 1994년에는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초대 구단주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 도중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한 남성 LG 팬이 방송 중계 화면에 잡혔다. 스케치북에는 LG그룹 선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 번째 우승을 지켜보지 못하고 2018년 세상을 떠난 그를 LG 팬들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구본무 회장님이 하늘에서 정말 기뻐하시겠다” “오늘을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그의 생전 야구 사랑은 매니아급으로 유명하다. 야구단 창단 이후 투자와 지원,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세 번째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 손수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를 사두었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야구장을 자주 찾았고, 선수단과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식했다고 한다.
LG 구단의 한 고참 직원은 “직원들이 불편해 할까봐 구단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야구장을 찾으실 때가 많았다. 오신 걸 뒤늦게 알고 직원들이 허둥지둥한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자주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차명석 현 LG 트윈스 단장(1992~2001년 LG 선수)은 “신인 때 전지훈련장에서 감독님과 구단 직원, 선배 선수들이 그라운드 흙을 고르고 있던 '경기장 관리원'에게 가서 허리를 굽혀 인사하길래 의아했는데, 구 회장님께서 직접 경기장 흙바닥을 정비하고 계셨다”고 회상했다.
차 단장은 “엉겁결에 인사드렸는데 신인인 내 이름을 알고 계셨다. 신인이건 2군 선수 건 일일이 이름을 기억해주셨다”고 기억했다.
구 전 회장이 매년 외가(外家)인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선수단을 초청해 '한 턱 쏘던' 일은 야구계에선 잘 알려져 있다.
차 단장은 “매년 회장님이 진주 단목리에 선수단을 초청하셔서 ‘단목 행사’를 열어주신 것도 기억에 항시 남아있다”고 했다. 구 전 회장은 진주시 지수면에서 자라고 보통학교(초등학교)를 다녔지만 단목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만삭으로 친정에 가서 구 전 회장을 낳았다.
구 전 회장은 1990년대 프로야구 발전에도 큰 공헌했다.
프로야구계에 처음으로 2군 전용 훈련장을 만들었고 연봉 인상 상한선도 폐지했다. 1980년대엔 연봉 상승률이 최대 25%로 제한돼 선수들의 불만이 컸는데, 구 전 회장은 1990년 우승 이후 이 규정을 폐지했다. 당연히 다른 구단들도 봇물처럼 뒤따라 해 제한규정이 없어졌다.
LG 트윈스 세 번째 우승은 2대 구단주인 구본준 LX그룹 회장 때를 거쳐 3대 구단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와서야 이뤄졌다. 구본준 회장도 구단주 재임 때 야구단 사랑이 각별했다. 구광모 회장은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경기에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함께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차 단장은 “구본무 전 회장님께서 만든 기틀에다 후임 구단주들의 지원이 더해져 긴 암흑기를 끝내고 LG가 빛을 보게 됐다”며 “선대 회장님(구본무)이 하늘에서 우리를 자랑스러워하실 거라 믿는다. 함께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