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은 지난 9월 13일 향년 100세(만 99세)로 별세한 고(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만든 정원인 '관정헌'(생가로 불림)을 상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의 본래 생가는 의령읍 무전리다. '관정헌 생가'의 상시 개방은 이 명예회장이 생전에 오태완 의령군수에게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관정헌은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 531번지 일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닫혔던 '관정헌' 문을 연 것은 오 군수의 이 명예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한몫했다. 오 군수는 이 명예회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길바닥에서 넙죽 절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군수는 지난해 2월 이 명예회장의 본래 생가가 있는 의령읍 무전리에서 '관정헌'이 있는 용덕면 소상리 정동마을까지 4km를 명예도로명인 '관정이종환대로'로 정식 지정했다.
특히 오 군수와 이 명예회장이 도로명을 논의하기 위해 2021년 6월 만났을 때 나눈 대화도 회자되고 있다.
오 군수는 이 자리에서 명예도로와 생가 개방, 관정 정신을 기리는 '올곧은 부자 관광 코스'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이 명예회장은 흡족해하며 "오 군수 참 맘에 든다. 널 진작 만났어야 했는데"라는 말로 격려했다고 전해진다.
오 군수는 이 명예회장의 상수(上手·100세) 맞이 기념으로 지어진 '관정재(冠廷齋)' 탄생에도 크게 기여했다.
오 군수는 이 명예회장이 '관정재'를 지으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관정헌'에 이 건물을 지어 'K-전통문화' 체험과 함께 이 명예회장의 '삶'을 보존하는 '관정갤러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건물 완공 과정에 적극 협조했다. 이 명예회장은 "오 군수 아니면 이 건물은 제주도로 갈 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군수는 지난해 11월에 '관정재' 준공식에서 이 명예회장에게 군민들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고, 타계한 날에는 곧장 빈소를 찾아 "이종환 회장의 애향심을 의령의 본령으로 삼겠다"라는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올해 10월 개최한 의령부자축제인 '리치리치페스티벌'에서는 이 명예회장의 '나눔 인생’을 조명하는 '부자주제관'을 설치해 고인의 생전 업적을 관광객들에게 알렸다.
의령군은 그동안 평생을 모은 재산 약 1조 7000억 원을 출연해 ‘관정이종환장학재단’을 만들어 장학생 수나 액수면에서 국내 최대로 꼽히는 업적은 물론 의령 복지마을 조성, 의병장 곽재우 장군 사당 정비, 지역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 그의 고향 사랑 마음을 깊이 기려야한다는 입장을 가져왔다.
오 군수는 취임 후 이전 ‘생가 소유권 이전 법정 소송’으로 야기된 의령군과 이 명예회장 간의 ‘해묵은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섰다.
의령군은 최근 올바른 고집으로 '정도(正道)의 삶'을 실천한 이 명예회장의 '관정 정신'을 기리기 위한 관광코스 개발을 공식화했다.
군은 삼성 이병철 창업주와 삼영화학 이종환 창업주를 묶는 대기업 창업주 생가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또한 부자이야기 전설이 흐르는 남강 솥바위와 이병철 창업주 생가를 뱃길로 연결하는 '고급 관광길'을 K-관광의 중심 콘텐츠로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이 명예회장의 '관정헌 생가' 알리기에도 나선다.
'관정헌 생가'는 서울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을 재현한 '관정헌'과 전통 기법으로 지어진 6채의 한옥 그리고 몇 백 년 된 소나무와 향나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연못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를 뽐내고 있다.
또 '무한 추구하라. 도전 없는 성공은 없다'는 글귀를 새긴 비석(碑石·돌로 만든 비)과 서울대에 도서관 신축비 600억 원을 기부한 뜻을 기려 세워진 송덕비 등은 기업가로서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1조 7천 억원대의 교육장학재단을 설립한 그의 삶을 넉넉히 반추해 볼 수 있다.
군은 우선 이종환 명예회장의 '관정헌 생가' 주변에 공원과 주차장 조성하기로 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이 명예회장님과 약속한 의령 발전과 군민 화합의 사명을 꼭 완수하겠다"며 "100년 넘은 삶의 여정 속에 실천한 정도의 삶을 의령의 본령으로 삼고,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