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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잘 쓰면 폼 나는 '일별(一瞥)하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2.12 20:18 | 최종 수정 2023.12.13 17:52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오늘(12일) 시집 출간 기사를 정리하다가 한 시인이 쓴 추천사에서 '시편들을 일별(一瞥)한 뒤 곧장 떠올린 단어는 가풍(家風·집안의 전통 생활 관습)'이란 문장 중 일별 단어가 유독 눈에 띄더군요. 일별은 '한 번 흘낏 본다'는 뜻으로 어려운 한자 말과 달리, 한글로 풀어쓴 의미가 무척 와닿습니다.

왜 있잖습니까? 언젠가 요긴하게 한번 써 본 것과 같은 말. 하지만 단어 뜻을 찾으니 기자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일별(一瞥)하다는 '큰 생각없이 한 번 슬쩍 본다'는 뜻을 지닙니다. 별(瞥)의 훈(뜻 풀이)과 음(소리)은 '눈깜짝할 별'입니다. 눈을 깜짝할 새 만큼 언뜻 본다는 뜻으로 '언뜻 볼 별'이라고도 합니다. 비슷한 말은 별견하다, 별관하다, 일견하다 등입니다. 별로 써 본 적이 없는 단어들이라 어렵네요.

그런데 일별의 뜻 풀이가 참 곱습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스치듯 한 번 쓱 보는 행동은 자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일별'의 단어를 더러 써 주길 권하고 싶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특별해 보이는 낱말이고, 사용하면 말과 글의 폼새도 잘 짜 얽어주는 양념격의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음~. 일별해보니 글이 잘 된 것 같아', '일별해보니 그 전시 잘 된 것 같은데' 등입니다. 이태준의 소설 '불우선생'에서는 '조그만 손수건 위에서 그의 전 소유물을 일별할 수 있었다'란 문구가 나옵니다.

일별 단어를 보면서 '생때'란 말을 떠올립니다. 생때란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다'는 뜻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들딸을 더러 '생때같은 자식을 떠나보내고···'로 쓰지요. 신문 기사에서 종종 쓰는데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특별히 격식 있는 칼럼이나 사설에서 활용하면 전체 문구가 살아나기에 논설위원 등이 더러 사용합니다.

일별과 비슷한 일견(一見)이란 낱말도 있지요. '한 번 봄'이나 '언뜻 봄'을 뜻합니다.

"일견, 그렇게 보였다" 등이 용례입니다. 언뜻 보니 그렇게 보였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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