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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뜻 모르고 쓰는 '아삼육(兒三六)'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29 12:56 | 최종 수정 2024.01.29 15:48 의견 0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말할 때 "아삼육"이라고 합니다. "우리 둘은 아삼육이지"라고 말합니다.

본래 '서로 짝이 꼭 맞는다'는 뜻인데 '친한 사이'로 자리했습니다. 친근함을 말할 때 쓰는 절친(切親), 단짝입니다. 영어론 '베프'로 통하는 베스트 프랜드(best friend)입니다.

왜 그런지 알아봅니다.

한자어로 표현하면 '아삼육(兒三六)'입니다. 그런데 아삼육의 본래 한자는 이삼육(二三六)입니다. '아(兒)'는 중국어로 '이(二)'로 성음(聲音), 즉 발음됩니다.

아삼육은 고려 때부터 즐겨온 전통놀이 골패놀이에서 유래됐습니다. 마작(麻雀)하고는 다른 놀이입니다.

골패(骨牌)는 납작하고 네모진 작은 나뭇조각이며, 놀이 겸 도박을 하는 기구입니다. 골패(骨牌)는 뼈 골(骨), 호패 패(牌)입니다.

말하자면 나뭇조각에 각각 흰 뼈를 붙이고 각종 수의 구멍을 판 골패를 도구로 합니다.

뼈로만 만든 것은 민패라 하고, 뒤에 대나무의 쪽을 붙인 것은 사모패(紗帽牌)라고 합니다. 재료가 고급스러워 대중적인 '투전(鬪牋)'만큼 대중화되지 못했고 지금은 매우 낯선 도박이 돼 있습니다.

어느 때부터 사용했는지는 모릅니다.

중국 송나라때 생겨 청나라때 한반도에 들어왔다는 설과 우리의 투전이 시조로 동북아로 퍼져나갔다는 설이 있습니다.

문헌에는 조선 헌종때 학자인 이규경이 쓴 실학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골패 기록이 있습니다.

골패놀이는 바둑과 함께 양반계급과 부유층 사이에서 널리 퍼진 도박이라고 합니다. 골패놀이가 '있는 자'들만의 공유 놀이란 점과 배우기도 어려워 마작처럼 일반인들에겐 동떨어진 놀이였습니다. 중독성도 강해 골패놀이에 빠진 사람을 '골귀(骨鬼)'라고 불렀답니다.

골패는 모두 32개의 나무조각으로 돼 있습니다.

이 골패 중에 '쌍진아(雙眞兒, 2-2)', '쌍장삼'(雙長三, 3-3), '쌍준륙(雙俊(?)六, 6-6)'이 있습니다. 패의 끝수가 '2-3-6'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아삼륙이라고 하고 이른바 '쌍비연(雙飛燕)'이라고 했습니다. 3쌍의 끗수가 세곱으로 되면 가장 좋은 패라고 합니다.

고스톱에서 보듯 홍단, 청단, 초단 3개 등과 같은 고도리의 끗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단짝을 비유하거나 서로 호흡이 잘맞을 때를 일러 아삼육이라 합니다. 동지적 관계이지요.

주변에서 보면 모임이나 친한 사람과의 술자리에서 애써 아삼육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정(情)을 내세운 관계이지요.

별 생각없이 쓰는 아삼육의 숨은 뜻을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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