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구는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김해와 양산 못지 않게 주목을 받는 곳이다.
국민의힘 강기윤 후보(2선)와 직전 창원시장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맞붙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단지 경남의 관심 지역 정도이지만, 녹색정의당 여영국 전 의원이 허 후보와의 단일화 거부하고 출마하면서 전국의 관심지로 부상했다. 여 후보는 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진보좌파 진영 단일화 실패
현재 녹색정의당의 세가 약화돼 예전같지 않지만 그동안 공단 노동자들이 많은 이곳의 좌파진보 진영 단일화 여부는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최근의 6차례 치러진 총선과 보궐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던 진보좌파 진영이 4번을 승리했다.
민주당 허 후보와 진보당 이영곤 후보는 지난 12일 허 후보로 단일화했다. 하지만 허 후보와 녹색정의당 여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했다.
그동안 총선승리경남연석회의와 창원 지역 노동자선언준비위 등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해왔다. 공단 노동자가 많은 창원에서의 녹색정의당 세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공약
국민의힘 강(63) 후보는 “3선의 힘으로 더 큰 창원, 더 좋은 성산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표심을 호소했다. 최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큰 악재가 없어졌다며 3선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두 야당 후보의 기반도 만만하지 않다.
강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공단 출범 50년이 지나 공단 현대화 등을 내세웠다.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의 특별정비구역 지정, 창원국가산단 지원 특별법 제정, 창원 지역 개발 제한 구역 전면해제, 제2국가산업단지 안 유전자 세포치료센터 설치 등이다.
또 ▲의료·바이오 첨단산업 등 4차산업 기업 유치 ▲창원 의대 유치 ▲공공형 키즈카페 설치 및 아동 중심형 보육의 질 개선 ▲창원 고교생 대상 ‘천원의 저녁밥’ 제공 ▲총 108홀 파크골프장 조성 등을 제시했다.
강 후보는 창원상남초교, 창원남중, 마산공고, 창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창원 토박이다. 중앙대 행정학 석사, 창원대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전자 근로자 출신으로, 중소기업체들의 CEO를 거쳐 경남도의원을 재선(7~8대)했다. 19대(새누리당), 21대(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허(60) 후보는 “살고 싶은 창원, 시민이 행복한 성산구를 만들기 위해 항상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대통령 민원제도비서관, 경남도 정무부지사, 창원시장을 거치며 쌓은 행정 경험으로 창원은 물론 대한민국 대전환의 서막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허 후보는 창원국가산단을 대개조해 세계적 디지털제조업 도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청년고용국가산단특별법’을 1호 공약으로 내놓고 디지털 세대 청년 인재의 육성과 공급, 스마트 근로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또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선정 추진 ▲파크골프장 증설 ▲소상공인, 자영업자 금리 인하 추진 ▲에너지 패권도시 인공태양 수출 ▲방위사업청 창원 지청 설립도 약속했다.
그는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초교(현 진전초교), 여항중(현 진전중), 마산중앙고, 부산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직전 창원시장을 지냈다.
고심 끝에 독자 노선을 택한 녹색정의당 여(59) 후보는 "그동안 시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한 양당 대결정치를 막아내겠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견제할 적임자, 노동·진보 정치의 가치를 실현할 성산의 적임자가 바로 여영국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다시 한번 여영국의 손을 잡아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 후보는 주요 공략으로 ▲탈탄소 기반 창원 공단 체인지 ▲정년퇴직으로 인한 빈자리에 정규직 채용 의무화 ▲지역공공은행 설립 ▲창원형 e음카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여 후보는 22세에 노동운동을 시작한 정치인이다.
경남도의원 땐 무상급식 및 진주의료원 폐지에 맞서 싸웠다. 또 상가임대차법 제정 서명운동, 카드수수료 인하 경남 집행위원장을 맡아 자영업자들의 부담 경감에 나서왔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자살로 2019년 4월 치러진 성산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권민호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물리치고 진보좌파 진열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이어 그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강 후보를 불과 504표차로 앞서 당선됐다.
또 2021년 3월 정의당 대표 보궐선거에서 무려 92.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다음 해 6월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여 후보는 경남 사천시 축동면에서 태어나 구호초교, 축동중, 부산기계공고, 창원대 산업비즈니스학과를 졸업했다. 금속산업연맹(현 전국금속노조) 조직국장, 9~10대 경남도의원을 했다.
▶역대 선거 결과
성산 선거구에서 총선(17~21대) 5번과 1번의 보선에서 진보좌파 진영이 4번, 보수우파 진영이 2번 승리했다.
17~18대 총선에서는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각각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주영 후보와 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은 19대에서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 실패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강 후보가 통합진보당(이후 헌법재판소가 '내란 선동 혐의'로 첫 위헌정당으로 해산 결정) 손석형 후보,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를 꺾었다.
흥미로운 것은 19대 땐 강 후보 49.04%, 통합진보당 43.83%, 진보신당이 7.12%를 얻어 진보좌파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했으면 50.95%로 2%포인트차로 이겼을 것이란 가정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노 의원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극단선택을 했고, 이어 치러진 2019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했다. 여 후보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강 후보와 맞대결을 펼쳐 504표(0.54%p) 차이로 신승했다.
단일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1년 뒤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강 후보가 따로 출마한 여 후보와 민주당 이흥석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성산구가 이처럼 야권 단일화가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보수우파에 맞서는 진보좌파 진영은 민주당이나 녹색진보당 등은 공단 지역이란 특수성으로 각기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