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한식 날에 유래한 '탐천지공(貪天之功)'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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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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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일)은 한식(寒食)입니다. 불 사용을 삼가고 찬 음식을 먹는 날로 여깁니다. 한식은 조선시대 때만 해도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쳤습니다.
한식 날의 유래 중 중국 춘추시대 왕 문공과 신하 개자추 간의 설화가 있습니다.
사자성어 '탐천지공(貪天之功)'은 이 설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한자 풀이는 탐낼 탐(貪), 하늘 천(天), 갈 지(갈), 공 공(功)입니다. 하늘의 공을 탐한다는 뜻으로, 즉 남의 공적을 도용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이 성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쓰여져 유래됐습니다.
춘추시대(BC 770~403) 진(晉)나라 헌공(獻公)의 아들 중이(重耳)는 피비릿내 나는 왕위 다툼을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갔습니다. 19년간의 긴 유랑생활 끝에 신하들과 장인의 도움을 받아 62세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 왕이 춘추오패 중의 한 사람인 문공(文公)입니다. 고생을 함께한 신하들의 논공행상을 했으나 그만 가장 큰 공을 세운 개자추(介子推)를 빼는 실수를 합니다. 개자추는 중이가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자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내 삶아서 바쳤습니다.
이에 개자추는 "모두가 자기 덕분이라고 생색을 내는데 이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을 도적이라 하는데 하물며 하늘의 공을 탐해 자신들의 공로로 삼으려 하니 다시 말할 것이 있겠는가(竊人之財 猶謂之盜 況貪天之功 以爲己力乎)?"라는 말을 남기고 어머니와 함께 면산(綿山)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숨어버렸습니다.
문공은 뒤늦게 자신이 판단을 잘못한 것을 자책하며 개자추에게 사람을 보냈으나 답을 얻지 못하자 억지로라도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까지 질렀지요. 하지만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어머니를 껴안고 불에 타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한자 성어로 포목소사(抱木燒死)라고 합니다. 나무를 껴안고 불에 타 죽었다는 뜻입니다.
문공은 개자추의 사후 이날을 기려 절기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에 제사를 지내며 백성들에게 이날만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게 했습니다.
물론 이는 설화입니다.
공치사 앞에 인간의 욕심은 대단합니다.
우리는 일을 도모하다가 크게 성공하면 많은 사람이 더 큰 공을 세운 다른 이들을 제치고 자신의 공적인 냥 가로채 가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반대로 실패하면 상대에게 탓을 돌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를 세상 인심이라고 하던가요.
이 모두가 ‘탐천지공(貪天之功)’을 쫓기에 바쁜 사람들의 부류이지요.
오늘은 한식날에 맞는 사자성어를 살펴봤습니다.
세상을 보다 현명하게 사는 사람은 돈과 권력에서 한 두 발짝 떨어져서 사는 사람이란 말이 있습니다. 22대 총선(4월 10일)을 앞두고 바깥이 매우 시끄럽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