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번 '우리말 산책'은 '전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전화 통화'를 '전화하다(전화를 하다)'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표준어로 삼습니다. 반대인 '전화받다(전화를 받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말고도 '전화를 걸다'와 '전화를 돌리다'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틀린 걸까요?
우선 '전화를 걸다'를 알아봅니다.
'걸다'의 사전적인 뜻은 다양합니다.
'물체를 벽이나 못에 매달다', '솥이나 냄비를 이용될 수 있게 준비하다', '음식 등이 가짓수가 많고 푸짐하다', '도전하다' 등 많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엔 '걸다'를 '전화(를)하다'로 풀이해 표준어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전화를 걸다'를 영어로 'make a phone call'(폰 콜을 만들다)로 쓸 수 있는데, '연결하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걸다'에 연결이란 의미로 '전화하다'란 뜻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걸다'에는 또 '차에 시동을 걸다'에서처럼 '기계 장치가 작동되도록 하다'는 뜻도 있는데, 전화기를 기계 장치로 보면 연관성이 없어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선 보수적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전화를 돌리다'입니다.
이 표현이 표준어인지 애매합니다.
'전화를 돌리다'에는 '전화에 있는 다이얼을 돌리다'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여러 명에게 차례로 전화하다'는 두 가지 의미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는 '전화를 돌리다'가 두 개 모두에 해당된다고 생각해 국립국어원에 문의를 했습니다.
기자는 앞의 것이 표준어 문구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명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표준어 문구에 등재돼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 다이얼을 돌려라'로 해석하면 표준 어구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또한 '전화를 돌리다'를 '여러 명에게 차례로 전화하다'로 해석도 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상담 직원도 이를 제시하더군요. 책을 돌리거나 음식을 돌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지요.
1960~1980년대엔 전화기 앞면에 동그랗게 1~0번 번호를 새긴 전화기를 대부분 썼습니다. 또한 그 이전엔 전화기 옆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돌려 통화를 했었지요. 전화교환원이 수동으로 통화를 연결해주던 때입니다. 1988년 전자교환기가 도입되기 전의 일이지요.
그 시절엔 전화기 손잡이를 돌리든, 각 번호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돌리든 일단 돌렸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돌려라'는 말이 파생됐다고 유추할 수 있지요.
"전화를 돌려"를 "전화기 다이얼을 돌려"로 충분히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 통화' 분석은 여기서 끝내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어(死語·죽은 말)를 언급을 해봅니다.
예컨대 10~20대 젊은층에게 손가락으로 번호를 돌리는 구형 전화기를 말하면 상당수가 고개를 갸웃할 겁니다. 지금은 전화기나 휴대전화기나 온통 버튼식으로 돼 있어 구형 전화기를 보기 매우 힘듭니다.
어느날 기업체의 부장이 10대 후반 신입사원에게 "협력 업체에 메일만 보내지 말고 전화도 좀 돌려"라고 했다면 영특한 사원은 "전화를 돌리라니. 돌리는 전화가 어디에 있지?"라고 의문의 꼬리를 물 지 모릅니다. 물론 전화하라는 것으로 이해는 했겠지만은요.
지금은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돌리는 전화기'를 찾기 힘듭니다. 이미 근대유물전시관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골동품입니다.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시대상의 반영이고 그림자입니다. 생활에 이로움을 주는 '문명의 이기(利器·편리한 기구)'가 사어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