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 출신의 김록경 감독이 진주에서 촬영해 진주를 오롯이 담아낸 영화 ‘진주의 진주’가 제작 2년 만인 오는 24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김 감독은 첫 장편 영화 ‘잔칫날’로 경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판타스틱 작품상, 관객상, 배우상, 배급지원상 등 4관왕을 수상한 경력의 감독이다.
영화는 영화감독인 진주(이지현 역)가 촬영을 1주일 앞두고 있었지만 촬영 장소인 카페가 갑자기 공사를 하게 돼 일정이 막막해지면서 전개된다.
진주는 다행히 선배의 소개로 찾아간 진주에서 주환(문선용 역)을 만나고, 새로운 영화 촬영지가 될, 50년을 한 자리에서 지켜온 '삼각지 다방'을 소개 받는다.
이 다방은 지역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지트로, 이곳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
이후 사건은 진주가 이곳의 예술인 단체와 만나면서 벌어진다. 진주는 운명적으로 예술가들과 함께 철거 반대 운동에 참여한다.
'삼각지 다방'을 자주찾는 예술가 등은 이곳을 문화보존 장소로 지정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가는 옛 가치를 되새기고자 했다. 특히 공간과 사람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공간이 사람한테 주는 의미가 있고, 사람이 공간에 대해 느끼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그 의미를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레트로(retro·복고풍)'가 유행하지만 '과거의 건물'이 아닌 과거의 건물 모양을 모방하는 ‘새 건물’을 바라보며 아이러니함을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역에서 추억을 쌓아온 건물들 그리고 지역에 남아 있는 지역 예술가들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며 "그 시기에 진주역을 갔다가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진주성, 진주역, 진주중앙시장 등 진주만의 예스럽고 정겨운 풍경들이 가득 담겨 있다. 진주는 역사 문화의 추억 코드가 많은 도시다.
무엇보다 영화의 주 무대인 '삼각지 다방'은 실제로 진주시 대안동에 있다.
오래 전엔 주민의 쉼터이자 모임 장소로 사랑받았지만 원도심이 신도심 상권에 밀려 쇠락하면서 다방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문을 닫을 위기를 겪고 있다.
김 감독은 이런 배경에서 극중의 '진주'처럼 지인을 통해 촬영지로 '삼각지 다방'을 추천 받았다.
그는 "삼각지 다방을 본 순간 여기구나 했다"며 "과거부터 사람들이 찾아오던 추억이 손때같이 묻어 있어 우리의 낭만을 얘기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삼각지 다방'은 사람 사는 세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아낸다.
보석 진주는 자연의 상태에서 탄생하지만 영화 '진주의 진주'는 사람 체온을 통해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득 담아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삼각지 다방'에 발걸음이 잦아들지 않을까 기대를 해봄직하다.
영화는 모두 진주에서 로케이션 했고 진주시와 지역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
영화 '진주의 진주'는 경남독립영화제, 수려합천영화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섬진강영화제 등에서 초청을 받았다.
2022년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메리고라운드 부문-아시아판타스틱 제작네트워크(NAFF)' SBA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