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보던 달 표면 구멍과 비슷하네", "외계인들이 UFO 타고 내린 자국들 아냐?"
벼 수확철에 황금빛 들판을 지나는 이들이 벼멸구 피해를 입은 논을 보고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말입니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피해로 곡창인 호남에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할 정도입니다. 벼멸구 피해는 보험도 안 돼 이런 요구를 한답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을 지나다 벼멸구 피해 논의 모습이 유달리 특이해 담았습니다. 황금색으로 익은 벼논에 벼멸구가 줄기를 갉아먹어 누런색이 퇴락해 꼭 달 표면의 구멍과 닮았습니다.
영어론 '호퍼번(hopper burn)' 피해라고 하는데 hopper는 곡물·석탄·시멘트·짐승 사료를 담아 아래로 내려 보내는 깔대기 모양(V자형)의 용기이고 burn은 덴 자국입니다. 심하면 벼가 완전히 말라 죽고 국소적으로 폭탄을 맞은 듯 주저앉습니다.
하늘엔 조각 구름, 논에는 농심 찢는 벼멸구 구멍. 분위기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곧 수확해야 할 정도로 누렇게 익은 벼논 곳곳에 달 표면의 웅덩이 모양의 멸구 피해 지역. 이를 보는 농심은 속이 깊이 쓰린다.
벼가 누렇게 익은 곳과 멸구 피해로 시들어 하얗게 변한 곳이 적나라하게 대비돼 보인다.
논 한 배미의 3분의 1 정도가 벼멸구 피해를 입은 모습. 멸구가 줄기를 갉아먹어 벼가 커다란 웅덩이처럼 폭삭 가라앉은 곳도 있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벼논의 벼줄기에 멸구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 벼멸구는 줄기를 갉아먹어 수확기 벼농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준다. 이상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