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전국의 벼논에 벼멸구 피해가 유별납니다.
통상 추수를 앞둔 추석 직후엔 밤과 아침나절 날씨가 선선해지지만 올해는 상당수 지역에서 35도를 웃돌았습니다. 이러니 벼 해충이 득실거리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벼멸구가 창궐해 많은 분이 어떤 해충인지 궁금해 합니다.
멸구종 중에 흰등멸구, 노랑다리멸구와 함께 벼에 큰 해를 끼치는 해충입니다.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 분포하는데 중국 남부 지역을 거쳐 6~8월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온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남서 해안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 피해를 줍니다. 물론 그 오른쪽인 경상 지역에도 큰 영향을 주지요. 올해는 무더위가 장기 지속되면서 벼 수확기임에도 극심해 피해가 많습니다.
벼멸구가 나타나는 시기가 빠른 해에는 6월 하순부터 발생해 3세대를 지나면서 증식해 피해를 줍니다.
벼멸구의 피해는 벼의 아래 줄기(볏대)를 갉아먹어 수확기의 벼를 말려 죽입니다. 밑 줄기를 갉아먹거나 줄기 즙을 빨아먹으면 벼의 밑부분이 잘 자라지 않고 말라죽거나 쓰러져 버리지요. 논 가운데 원형으로 누렇게 말라보이는 것이 벼멸구 피해 구역입니다.
벼멸구는 노린재목 멸구과로 갈색멸구라고도 합니다.
장시형(長翅型)은 머리에서 날개까지의 크기가 4.5∼5mm이고, 단시형은 3.3mm 정도입니다. 온몸이 연한 갈색 또는 어두운 갈색인데 약간 광택이 있습니다.
벼멸구 피해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수확량이 감소하며 쌀의 품질도 떨어집니다.
대체로 일찍 수확하는 조생종보다는 늦게 베는 만생종 품종에서 피해가 많고, 척박한 논보다 비옥한 논에서 피해가 많습니다. 또 건답보다는 습답에서 피해가 많다고 하네요.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제약을 공급해 벼멸구 긴급 방제에 나섰지만 바라는 만큼의 성과릂 거두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추수 시기가 바짝 다가서 추수 보름 전쯤부턴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방제가 여의치 않자 농가에 가능하면 추수를 빨리 하기를 독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작물에 이 같은 상황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이어 이상 기온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올해 벼멸구 대발생이 이상고온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벼멸구는 중국에서 날아오기에 언제나 곡창 전남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지난 7~9월 전남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6도 높은 27.2를 기록했답니다.
벼멸구는 최저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활동과 번식이 줄어듭니다.
벼멸구 산란 횟수는 이처럼 높은 기온으로 올해는 평년의 2회에서 3회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또 올해는 7.9일 만에 알에서 부화해 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갔던 해보다 5일이나 빨라졌습니다.
지난해 사과 흉작에 대파 파동, 지금의 시금치·배추 값 폭증이 이어집니다. 특정 누구의 탓이 아닌 기후 탓, 기후 변화를 이렇게 만든 나와 너의 탓입니다.
모쪼록 벼멸구 공격을 잘 피해 유별났던 한여름 폭염 속에 길렀던 나락 수확 적기에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