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진동음이 들렸어"(감독관) vs "중학생 때 쓰던 가방 안 전원 꺼진 공기계"(수험생)
지난 14일 부산의 한 시험장에서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장에서 흔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 궁금증과 함께 의문점도 남겼습니다.
이 학교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휴대전화(공기계폰)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부정행위자로 처리됐습니다.
공기계폰이란 심(SIM) 카드 인증이 해지되거나 새 단말기로 옮겨져 아예 통신사 네트워크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를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통신사가 전파로 제공하는 전화, 문자메시지,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통화는 못하지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또 근거리에 한정되지만 블루투스도 비슷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 14일 새벽 5시 부산진구 전포동 경남공고에서 2025학년도 수능 문답지를 배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부산시교육청
16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부산진구의 한 고교 수능 시험장 2교시 수학 시험 도중 진동음이 울렸습니다.
시험 감독관은 2교시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의 동의를 구하고 가방 등을 검사했고 한 수험생의 가방 안에서 전원이 꺼진 상태의 휴대전화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수험생은 "중학교 때 사용했던 가방을 가져왔고 안에 공기계폰이 들어있는지 몰랐다"고 감독관에게 해명했습니다. 이 수험생은 규정에 맞춰 평소 쓰던 휴대전화는 시험 전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실에서 이 공기계 휴대전화 외에 다른 휴대전화는 적발되지 않았다"며 "진동음이 어떻게 발생됐는지 원인은 파악하진 못했지만 규정대로 해당 수험생은 부정행위자로 처리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미뤄 짐작하면 감독관으로선 부정행위로 처리한 것은 맞다고 보여집니다. 수험생은 의무적으로 시험장 외부와 연락이 가능한 통신 기기를 시험 시작 전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또 감독관은 수험생의 휴대전화 소지 여부만 확인 가능하고, 작동 등 기술적인 부분은 감독관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요. 중대한 부정행위는 수사를 의뢰하고 차후 경찰 수사에서 밝힐 일입니다.
수능 통신기기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능 수험생은 시험 시간에 시침, 분침(초침)이 있는 아날로그시계를 휴대할 수 있지만 통신 기능(블루투스 등), 전자식 화면 표시기(LCD, LED 등)가 있는 시계는 지닐 수 없다. 전자담배, 통신 기능(블루투스)이 있는 이어폰 등의 전자 기기도 휴대해서는 안 된다.
■이날 상황을 놓고 일반적인 의문점을 짚어봅니다. 다음은 가정을 한 분석임을 밝힙니다.
우선, 이 수험생이 왜 평소 갖고 다니던 가방이 아닌 중학교 때 쓰던 가방을 이날 갖고 나왔느냐입니다.
이 수험생은 이 가방 안에 공기계폰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시험 부적(符籍)으로 생각해 중학교 때 쓰던 가방을 특별히 들고 나왔을까? 여러 생각이 듭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를 하기엔 희한한 우연으로 여겨진다는 말이지요.
두 번째는 진동음이 어디에서 들렸는가입니다. 수험생들의 가방은 교실 앞쪽에 모아두었다고 합니다.
공기계폰에서 진동음이 났다고 가정하면, 충전이 돼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중학교 때 쓰다가 처박아놓았던 공기계폰이 아니고 최근 배터리 충전을 했다는 것이겠지요.
수 년 전 중학교 때 쓰던 가방 안의 공기계폰이라면 완전히 완전 방전 돼 켤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단순 방전이면 충전을 하면 사용 가능하겠지요.
아무튼 충전이 돼 있어야 진동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개통 안 된 새 공기계폰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감독관이 공기계폰을 확인할 때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시 교육청은 이 수험생이 켜두었다가 끈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충전 유무가 중요한 포인트로 여겨집니다.
반면 이 수험생이 이 공기계폰이 가방에 있는 줄도 몰랐고, 악용할 의도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재수없게 걸린 것이겠지요. 사전 점검을 소홀히 한 귀책사유입니다.
시 교육청이 밝힌 공기계폰이 처음부터 개통이 아예 안 된 휴대전화인지, 개통을 한 뒤 오래도록 쓰지 않은 휴대전화인지도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이 수험생이 공기계폰을 가방 안에 의도적으로 뒀을 경우입니다.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이 수험생이 사전 충전을 해놓고 시험 도중 전원을 켜 시험지를 찍어서 나오거나 외부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공기계폰에 개인이 저장해 놓은 메모 등 자료도 볼 수 있어 답안지를 적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이 모두는 통신업체 개통 폰이 아니라도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가능합니다. 개통 폰이 아니기에 통화는 할 수 없습니다.
또 사진을 찍을 때 소리가 난다고 하지만 무음 촬영도 가능합니다.
이런 추론울 하는 것은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시험지를 들고 나오거나 촬영한 뒤 입시 학원 등에 전달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더러 있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끝으로 이 수험생이 시 교육청의 부정행위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나 소송을 한다면 어떤 결론이 날까요?
수험생에게 부정행위 소지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와도, 수험생이 규정을 위반해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기에 감독관에게 책임을 묻긴 어렵겠지요. 규정대로 처리했으니까요.
아무튼 교실 앞쪽에 모아둔 가방들에서 진동음이 나왔는지, 즉 다른 소리인지 궁금해집니다. 점검했을 때 공기계폰이 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수험생 자리와 멀리 떨어진 가방 속에서 발견된 것읊 두고 부정행위라고 단정한 게 합리적이냐의 문제 제기도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