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아카시꽃(아카시아꽃 아님)이 5월 들면서 활짝 피었습니다.
아카시꽃이 피면 양봉(養蜂·꿀 채집 위해 꿀벌을 기름)철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산야에 그만큼 아카시나무가 많았고, 최고급 꿀로 삼기 때문입니다. 아카시 몇 그루가 자리한 곳에 서면 코끝에 와닿는 향기가 아주 좋습니다.
학창 시절 하굣길에 길섶에 핀 잎사귀를 딴 뒤 손바닥을 힘껏 비껴쳐 털어내거나, 잎사귀를 들고 한 손으로 훑어내려 손안에 모인 잎을 꽃이라며 깔깔대며 놀던 꽃이지요. 앞사귀를 들고서 가위바위보를 해 이기면 잎들을 먼저 추려내는 내기도 했지요. 꽃잎을 입에 넣고 씹으면 달콤합니다.
그런데, 이 아카시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산림 당국이 그동안 산림 수종 경신을 하면서 베 내고 편백나무 위주로 심어왔고, 지금도 심고 있습니다. 최근엔 반대 여론에 밀려 수종을 일부 심고 있지만, 어쩌면 추억이 깃든 아카시는 앞으로 자주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릅니다.
실제 지천에 있던 아카시가 많이 줄었습니다. 지난 6일 야산 커다란 나무에서 핀 꽃을 담았습니다.
ㅗ다 진주시 진성면 야산의 아카시아 군락지. 10여 그루의 나무에 아카시꽃이 피어 향기를 퍼뜨리고 있다.
키가 큰 교목 숲 사이에 자란 아카시나무에서 꽃이 활짝 피었다. 꽃은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인다.
아카시꽃이 막 피어나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다. 막 개화한 꽃은 가까이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희지만 연한 초록색이 가미된 느낌을 준다.
아카시꽃을 클로즈업해 찍었다. 하얀색 바탕에 연한 노란색과 연한 초록색이 배색(配色·두 가지 이상 색을 섞음)된 느낌이다. 벌써 꿀벌 한 녀석이 꽃술에 긴 혀를 꽂고 꿀을 빨고 있다.
포도송이처럼 촘촘히 달린 아카시 꽃잎. 꿀벌이 꿀을 빨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꿀벌은 긴 혀로 꿀을 채집한 뒤 꿀주머니에 넣고 자기 집으로 날아간다.
크게 자란 아카시나무에 꽃이 개화 중이다. 가시가 있고, 잎은 대부분 바늘처럼 길쭉하고 작은 잎들이 모인 깃털 모양을 하고 있다. 이상 정창현 기자
■아카시나무와 아카시아나무 상식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아까시아로 말하는 아카시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다. 콩목,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다.
반면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서 많이 자란다. 쌍떡잎식물로 장미목-콩과에 속한다.
둘은 같은 콩과지만 아카시아는 실거리나무아과이고, 아까시나무는 콩아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는 '아카시아'는 '아카시'를 잘 못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까시나무에서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하얀꽃이 피고 아카시아나무에서는 노란꽃이 핀다.
산림청에서 개량종으로 '민둥아까시나무'를 보급했지만 가시가 없고 꽃이 피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한다.
남부 지방의 꽃은 5월 중순에 절정이고, 6월 초에도 볼 수 있는 지역이 있다. 5월 초 남부 지방부터 개화해 중부 지방에선 6월 말에도 핀다.
꽃 모양은 송이로 뭉친 형태이며 흰색이 많지만 황색도 있다.
아카시꽃은 양봉 농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귀한 꽃이다. 벌꿀 중에서 최상으로 치고 전체 벌꿀 생산량의 70%에 달한다.
꽃은 피기 때문에 한 곳에 5일~2주일간 꿀을 모은 뒤 자리를 옮긴다.
아카시꿀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피부 질환에 좋고, 외상과 화상에도 잘 듣는다.
하지만 지천에서 자라던 아카시나무가 최근 들어 많이 없어졌다.
산림 당국이 산림 수종을 교체한다며 국유림, 시·군유림에 아카시를 베어 내고 편백나무와 소나무는 물론 꿀 생산량이 아카시보다 2~3배인 헛개나무, 쉬나무, 광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시나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와 급속히 확산됐다. 산에 많이 심은 것은 일제가 연료림 목적으로 심었고, 1970년대 민둥산 녹화사업으로 잘 자라는 아카시를 한꺼번에 심었다. 아카시 뿌리는 질소를 붙잡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있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하지만 강한 생명력에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주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해 한동안 퇴치해야 할 나무로 인식됐다.
하지만 뿌리가 여름 폭우 때의 산사태를 예방하고 양봉하는 사람이 늘면서 최상품 꿀 생산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다만 지금도 없애야 하는지를 놓고 산림 당국의 고민은 깊다.
요즘 요리법은 다양하다.
꽃은 따다가 튀겨서 먹거나 샐러드에 얹어 장식도 한다. 리큐어(liqueur·알코올에 설탕과 식물성 향료를 섞어 만든 술)를 제조하는 데도 사용된다.
아카시꽃차는 물론 아카시꽃김치, 아카시꽃장아찌도 만들어 먹는다. 아카시아튀김은 아카시아꿀에 찍어 먹으면 좋다.
설탕과 꽃을 섞어넣어 아카시꽃 효소도 만든다. 6개월 후 걸러내면 된다.
아카시아꽃 튀김은 싱싱한 아카시아 꽃송이를 따서 준비한다
시든 꽃은 떼어내고 슈거파우더를 꽃에 묻힌 다음 럼, 코냑 등을 뿌려 30분 정도 재운 뒤 튀김옷 반죽을 만들고 튀김용 기름을 데운다.
아카시 꽃송이다발을 그대로 튀김 반죽에 담가 묻힌 뒤 몇 분간 튀긴다. 튀긴 튀김은 종이행주에 놓고 기름을 제거한 다음 설탕을 뿌려 먹으면 특별한 간식이 된다.
아카시꽃차는 말린 꽃 6~8개를 따뜻한 물에 2분 정도 우려내 마시면 된다.
아카시꽃은 염증 완화, 항암 효과, 신장 질환, 부종 예방 효과가 있다.
약용으로는 기관지염, 신장염, 중이염 등 항염 효과가 좋고 여드름 등 바이러스성 염증을 없애준다. 신장에 열을 내리고 가래를 삭힌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