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9일 공원 연못가에서 듬성듬성 자리한 보라색 수선화를 찍었습니다.
백합목인 수선화는 보통 노랗거나 흰 꽃이 많습니다. 다홍·담흥색도 있고요. 하지만 교접종이 많아 꽃의 모양도 각각 달라 무척 헷갈립니다. 요즘엔 같은 종의 꽃도 모양과 색이 다른 게 많지요.
이날 기자가 폰에 담은 보라와 연보라 색조의 수선화는 신비롭고도 매혹적이어서 유혹하는 듯 다가서더군요. 어떤 사람은 의미를 더해 몽환적이라고 하더군요. 꽃의 자태는 우아하고 귀족적이고, 도시풍으로 지적입니다. 보라색과 자주색을 뜻하는 퍼플(Purple)색입니다.
수선화는 겨울철인 12월부터 늦봄인 5월까지 피어 지금은 마무리 단계입니다. 실내용은 화분 등으로 기르고 꽃꽂이용으로도 많이 이용돼 낯이 익습니다. 노지 수선화는 봄에 핍니다.
물가 화단에 핀 수선화. 수선화는 이름처럼 주로 물가에서 자란다. 잔잔한 물결과의 어울림이 남달리 와닿는다.
수선화는 줄기와 꽃이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지중해 연안과 북아프리카, 중동이 원산지입니다. 한국·중국에서도 널리 분포해 약 30종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선 수선화를 설중화, 금잔옥대 등으로 불립니다.
품종이 개량되면서 지금은 전 세계에 1만여 종이 있다고 합니다.
꽃은 꽃줄기 끝에 홀로 또는 산형식물학에서 산형(繖形·우산살 같은 짧은 꽃자루들이 한 곳에서 퍼져 나가는 형태)꽃차례로 핍니다.
꽃덮이(꽃부리와 꽃받침 합친 것) 조각은 가로로 퍼지며, 덧꽃부리는 나팔모양이나 컵모양입니다. 꽃잎은 화관(花冠) 모양입니다.
알뿌리는 비늘줄기로 둘레가 8~20cm에 이릅니다. 줄기는 품종에 따라 10~50cm이고, 잎은 줄모양이고 길이 12~50cm이며 너비 0.5~3cm입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앞에서 설명한 이미지처럼 고결, 자존, 자아도취, 자애, 자만 등으로 '자기애(自己愛)'로 대표됩니다. 참고로 자기애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자아도취)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마비, 혼수)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꽃말 가운데 '복수'도 있는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에서 비롯됐습니다.
꽃말에 대해선 추가 자료에서 더 자세히 소개합니다.
보라색 옆에 핀 연보라색 수선화. 꽃잎이 시들면서 줄기가 실하게 커간다.
■ 추가 자료
조생종은 한여름인 8월, 일반종은 9~10월에 심습니다. 알뿌리는 잎이 노래지는 6월에 파내는데 1~2년 간격으로 팝니다.
수선화 비늘줄기는 민간에서 부스럼, 악창을 치료하는데 쓰고 천식, 구토, 거담, 백일해, 부기, 어깨 결림 등에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다음은 주요 수선화 특징입니다.
하얀 수선화는 한자로 수선화(水仙花)로 쓰는데, 중국에서 물가에 핀 모습이 신선을 뜻하는 선인(仙人)과 같다고 해서 붙였다고 합니다. 하얀꽃의 꽃말은 '존경과 신비'로 존경하는 사람이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로 좋다고 합니다.
노란 수선화는 1개의 꽃줄기에 2~3개 또는 송이모양 꽃이 피고 향기가 납니다. 꽃말은 '사랑해줘, 내 곁으로 돌아와줘'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하며 상대에게 미처 사랑한다는 생각이 닿지 않았다는데서 붙여진 꽃말입니다.
주황색(오렌지색) 수선화의 꽃말은 '희망', '봄의 방문'으로 따뜻한 색이 주는 느낌에서 붙여진 꽃말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거나 할 때 선물하면 좋습니다.
나팔수선화는 남·서유럽이 원산으로 1개의 꽃줄기에 1개의 꽃이 피며, 가장 큽니다. 꽃은 3~4월에 피고 화단·꽃꽂이용으로 재배됩니다. 꽃말은 '존경'과 '보답받지 못한 사랑'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실연 이야기를 바탕으로 붙여진 꽃말입니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때 선물한다네요.
입술연지수선화(립스틱스선화)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으로 1개의 꽃줄기에 1개의 꽃이 피는 중간 정도의 크기이고, 꽃에 향기가 있습니다. 꽃말은 '멋진 옷차림', '시인의 마음'으로 화관 부분이 붉게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송이 피는 수선화의 꽃말은 추억·기념인데, 한 줄기에서 송이처럼 꽃이 피는 수선화입니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피어나는 그 모습에서 이 꽃말이 붙여졌습니다.
수선화에 얽힌 일화도 있네요.
먼저 꽃말에 얽힌 그리스 신화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 사는 꽃미남 나르키소스라는 남자는 그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여성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숲의 요정인 에코가 그토록 사랑했는데도 그는 냉혹하게 대했고, 이런 태도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화가 나서 "그럼 너 자신을 사랑하면 돼"라며 저주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 같은 저주를 받은 나르키소스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게 되고, 상사병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돼 말라 가던 중 한 그루의 수선화로 변했다고 합니다.
수선화는 이슬람교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수선화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가르침 중에 등장해 유명합니다.
무함마드는 "두 조각의 빵을 가진 자는 한 조각을 수선화와 맞바꿔라. 빵은 몸에 필요하나 수선화는 마음에 필요하다"고 했답니다.
그리스에서는 수선화로 사원을 장식하고 장례용으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수선화는 풍수에서 재수가 좋은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설날에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 장식을 수선화로 합니다.
노란색 수선화는 어두운 현관에 장식하면 좋은 향기가 풍기고 나쁜 기운을 물리쳐준다고 합니다. 돈의 운을 올리고 싶다면 서쪽 또는 방의 입구 왼쪽 안쪽 모퉁이에 장식하면 좋다고 합니다.
주황색(오렌지색) 수선화는 대인 관계를 좋게 해 연애에서 멋진 만남을 준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없을 때 수선화 향수를 몸에 뿌리면 자신감을 북돋운다고 합니다.
수선화를 수놓은 손수건을 갖고 다니면 부적처럼 행운을 불러들인다고 알려져 있네요.
이른바 미신과 같은 주장들이지만, 꽃이 매혹적으로 예쁘다 보니 많은 의미를 붙이는 것 같습니다. 꼭 이른 게 아니라도 모든 꽃은 그 자체가 긍정의 메시지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