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늦은 봄, 5월 중순입니다. 이 때쯤이면 거리를 화사하게 바꿔주는 꽃,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핍니다. 절정을 약간 넘어선 듯하지만 자태는 활짝 핀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팝꽃 더러 누군가는 눈꽃이라고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흰쌀밥을 퍼놓은 듯 피었다고 합니다.

"어쩜 저렇게 복슬복슬하게 피었을까. 잘 된 밥 퍼놓은 것 같네"라며 탄복하는 꽃입니다.

이팝나무는 '만개(滿開)했다'나 '활짝 피었다'는 문구보다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꽃입니다.

그제 활짝 핀 곳은 10~30m쯤 떨어져 보니 고슬고슬 잘 된 밥을 고봉으로 퍼놓은 듯하더군요. 며칠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땐 꽃잎에 제법 땅에 떨어져 있더구요.

꽃 모양이 밥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꽃들이 밥풀처럼 몽글몽글 피어 있어 이름 그대로의 매력을 뽐냅니다.

이팝나무꽃을 보곤 '이밥과 같다'고 말하는데, 이밥이란 '입쌀로 지은 밥'입니다. 입쌀이란 '찹쌀이 아닌 멥쌀'이고요. 경상도에선 이밥을 '쌀밥'의 사투리로 말합니다.

이들은 못 살고, 못 먹었던 '보릿고개' 때 나온 말들입니다. 꽃이 흰쌀밥을 퍼놇은 것 같아 주린 배를 채웠다는 이른바 '웃픈' 꽃이지요. 그래서 더 와닿는 꽃입니다.

이팝나무는 도시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 걷다가 어렵지 않게 봅니다.

꽃이 특별히 예쁘고, 공해와 병해충에 강하고, 뿌리 활착률이 높고 관리가 쉽다고 합니다.

수술이 꽃잎의 안쪽에 숨어 있어 봄철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걱정도 거의 없다고하네요.

이팝나무꽃은 이른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과 비교해 못 할 게 없는 꽃입니다. 벚꽃이 꽃을 보기 힘든 이른 봄에 피어 주목을 받지만, 늦게 핀 이팝나무꽃은 보다 오래 피어 있어 운치를 더 길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순백의 이팝나무꽃을 즐기려며 이번 주말엔 찾아야 할 듯합니다. 절정을 지나는 듯합니다.

이상 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