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엔 지금 모내기가 한창이네요. 요즘에는 모두 기계화 영농입니다. 향기로운 아카시아꽃 냄새가 퍼지고, 푸르름이 싱그러운 들녘에서 하는 모내기는 이맘 때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도회지에선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이지요.
더경남뉴스 사무실이 있는 경남 진주시 진성면 들녘의 모내기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물을 댄 논을 고르는 로타리 작업을 써래질이라고 했습니다. 소가 써래를 끌면서 온 논에 물이 고르게 가도록 고르는 작업이지요. 모를 훨씬 쉽게 꽂을 수도 있습니다. 써래질을 할 때 써래 위에 타는 재미는 꽤 쏠쏠했지요. 추억입니다.
초기 기계화 영농 전까지는 써래질을 했고, 이후 경운기에 로타리를 끼워서 했다면 지금은 대형 트렉터에 로타리를 장착해 합니다. 기계화 농사도 대형화가 된 셈이네요.
로타리 작업을 끝낸 논에 모내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내기란 모판에서 키운 모를 옮겨심는 작업입니다. 한자로는 이앙(移秧)이라고 하고, 그 기계를 이앙기라고 하고요.
옛날에는 못줄을 준비해 모심기를 했습니다. 못줄은 주로 초록색이었는데 흰색도 많더군요. 모가 심겨지는 폭만큼 빨간색으로 매듭을 지어 모 심는 내내 흙탕물에서 눈에 잘 보이게 하려는 것이지요.
못줄은 두개 나무막대기에 칭칭 감는데 길이는 대체로 50~70cm로 만듭니다. 줄을 잡는 사람은 모심기엔 쓰임새가 덜한 젊은 학생이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입니다.
쉬울 것 같지만 줄을 잡는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보다 많은 10~20명이 일렬로 서서 모를 심을 땐 더 잘 잡아야 합니다. 줄이 물에 잠기지 않고 보이게 항시 팽팽하게 당겨야 하고, 모 심는 간격도 상대 줄잡이와 잘 조율해야 합니다. 한 마지기 모내기를 끝낼 때까지 항시 긴장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고도 눈대중으로 한 줄을 심는 동작이 끝날 시점에 "자~! 줄 넘깁니다"하고 고함을 치면 다른 쪽 줄잡이가 "줄 넘어가요"하며 복창을 해줘야 일이 꼬이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듯하지만 빨리 하면 약간 늦게 심는 사람을 힘들게 하고, 늦게 하면 진도가 덜 나가게 되지요. 따라서 젊은이보다 어르신이 능수능란합니다.
청년이 못줄을 잡을 때엔 모 심는 내내 아주머니들이 농담을 건넵니다. "줄을 잘 잡네" "목소리가 크네, 작네" "너무 간격이 넓다" "줄을 너무 빨리 넘긴다" 등등 말이 많지요. 왜냐고요? 허리를 굽히고 펴기를 수백번 해야 하는 모내기는 허리가 많이 아픕니다. 허리 통증 등을 잊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줄잡이는 모를 심는 사람에게 흥을 나게 하고 힘을 덜 들이게 하는 추임새 역할을 잘 해야 하지요. "자~! 줄 넘어가요"라고 고함을 지르면서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줄을 늦게 옮기면 맡은 구역에서 늦게 심은 사람은 마무리를 할 수 있고, 좀 일찍 심은 사람은 잠시 허리를 펼 시간을 주는 것이지요.
가장 큰 것은 건너편에서 못줄을 잡고 있는 사람과의 조율입니다. 한쪽은 옮기기 위해 못줄을 들었는데 다른 한쪽에서 가만이 있으면 밸런스가 안 맞지요.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심는 사람도 아주 불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