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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해체?"···타드는 밭작물, 전국에 가뭄 비상

수확 앞둔 마늘·감자 성장 멈추고, 고구마순 말라 죽어
바싹 마른 날씨에 저수율 곤두박질…포항, 영월선 기우제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6.04 16:29 | 최종 수정 2022.06.25 11:43 의견 0

"모내기 철을 앞두고 계약해서 모를 키워놨는데 가뭄에 이를 해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경남 대곡면 육모장 주인)

"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를 포기하려다가 지하수 관정에서 물을 퍼올려 논갈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인근 남강 쪽에 가 봤더니 그쪽 논들에는 물이 철철 흘러나더군요"(경남 진성면 구천리 농민)

기자가 며칠 간 들은 가뭄과 관련한 농민의 말이다. 최근 며칠 간 정부도, 언론도 가뭄 대책을 세운다며 호들갑이다. 익히 경험한 바, 행정은 이처럼 한 템포 늦다. 이를 시쳇말로 '난리부루스'를 친다고 말한다. 빠르지 않고, 많이 늦었다.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장기읍성에서 장기면과 장기농업협동조합, 이장협의회, 자생단체 관계자들이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포항시 제공

더경남뉴스는 진주를 비롯한 경남 지방의 겨울 가뭄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 2월 중순 '겨울가뭄에 배추·시금치 말라 농심이 탄다'를 시작으로 줄곧 가뭄 관련기사를 써왔다.

이번 겨울~봄 가뭄 피해의 삼각성은 3개로 나뉜다. 우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소규모 밭작물이다. 두번째는 대규모 농작물을 재배하는 기업농이다. 3번째는 4대강 보 등이 없는 중소규모 농지에서 벼농사 등을 짓는 농민들이다. 여기에 덧붙여야 할 게 더 있다. 작은 밭작물들이 전국적으로 피해를 입으면 그렇잖아도 기름값에 원자재 값 폭등으로 물가 폭등이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로도 큰 악재다.

경남 함양군에서 농업용 관정을 파고 있다. 함양군 제공

경남을 중심으로 전국의 가뭄 현장을 짚어본다.

작은 농가에서는 밭작물을 중심 심각해져가고, 대농가 등은 메말라 있는 경작지에 물을 지속 대고 있다. 야금야금 줄어드는 인근 소류지의 물이 줄어들어 자칫 지하수관정을 파야할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는 곳도 있다.

영남 전역도 밭작물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올해 누적 강수량이 207.1㎜로 평년(428.1㎜)의 46.7%에 머물면서 바다를 낀 해안은 '보통 가뭄', 내륙은 '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진주시 사봉면에서 논농사를 짓는 정 모(41) 씨는 "들깨 씨를 보름 전에 뿌렸는데 거의 나지 않고 있다"면서 "신경을 써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하는데 논 농사와 축사 일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가뭄 피해를 전했다. 문제는 농작물에 도움이 되는 비다운 비가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경남 함양군 가뭄 피해지역 농경지에 살수차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함양군 제공

진주시 진성면의 심 모(61) 씨는 "아직까진 소류지(저수지)에 물이 남아 있어 논농사에는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소류지 물도 점점 줄어들어 최악의 상황에선 관정을 파야 한다"고 우려했다.

가뭄의 심각성이 오죽했으면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는 지난 2일 당선 사례로 "의령 600여명의 공직자들과 함께 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업무 복귀 직후 가뭄 대책부터 우선 세우겠다"고 밝혀 가뭄 대책을 당선 인사로 대신했다.

경남 진성면 구천마을 앞의 바짝 마른 논. 가뭄으로 댈 곳이 없어 비가 오기를 기다리다 지하수 관정물을 끌어 올려 논갈이를 하기로 했다. 정창현 기자

충북 단양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이석만(64) 씨는 지난겨울부터의 지금까지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확을 코앞에 둔 황토 마늘 작황이 썩 좋지 않다. 마늘은 알이 차는 시기에 물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성장이 멎거나 상품이 좋지 않은 불량 마늘이 된다.

그는 "코로나 방역 해제로 해외와 제주 항공여행이 자유로워진다고 하는데 부아가 난다"고 말했다. 저 사람들은 하늘이 화창하게 맑아야 한다지만, 우리로선 일기예보만 들으면 걱정만 쌓인다고 했다. 신발장수와 우산장수 격이다.

그는 양수기를 연결해 바싹 마른 밭고랑에 물을 대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금세 증발해 반나절만 지나도 다시 흙먼지 푸석거린다.

이 씨는 "1주일 뒤 수확을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상태면 평년작은커녕 상품성 있는 마늘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예전의 달걀만 한 마늘통을 올해는 아예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단양 지역에는 4월 29일 이후 한달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한두 차례 빗방울이 들긴 했지만 3㎜도 내리지 않았다.

충남의 경우도 5월 한달 평균 강수량이 5.4㎜로 평년(94㎜)의 17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밭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 지역과 농작물은 보령(마늘, 양파), 서산(마늘, 감자), 부여(참깨, 고추, 콩), 청양(맥문동, 고추), 홍성(콩, 고추, 사과) 등이다..

논산을 제외한 14개 시군은 토양유효수분이 45%를 밑도는 가뭄 '주의' 단계가 내려져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39억 5000만원을 투입해 한해 대책을 추진 중이며 소방서 등과 협조해 양수기, 호스 등 긴급 급수에 지원체계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구마 주산지인 전남 해남은 올해 강우량이 147.4mm에 불과해 새로 심은 고구마 순이 말라 죽고 양파, 참깨밭에도 가문 피해가 확산하는 중이다. 한 농민은 "고구마 순이 누렇게 말라 죽었지만 비 예보도 없어 새로 심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밭을 중심으로 대지가 바싹 말라가면서 전국의 작은 저수지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 관리 저수지(237개)의 평균 저수율은 61.6%,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93개)는 52.9%로 평년의 85∼86%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기도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138mm로 평년(256mm)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안성에서 5만㎡ 규모의 감자를 심은 농민은 "감자는 지금이 한창 자라는 시기인데, 가뭄 때문에 성장이 제대로 안 된다"며 "수리시설이 된 밭은 버티지만 없는 곳은 성장이 더뎌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강원 지역에서도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78곳)의 평균저수율이 48.6%로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전국 평균(55.1%)보다 7.5%포인트 낮다. 춘천 신매저수지는 곳곳에 바닥이 바싹 말라 갈라졌다.

춘천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농민은 "가뭄이 이어지면 알이 여물지 않아 호스나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고 있다"며 "벌써 전기·수도 요금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사 피해가 늘면서 강원 영월군은 지난 3일 봉래산에서 비를 염원하는 기우제까지 지냈다.

강원 영월군 봉래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영월군 제공

◆ 뒤늦은 정부 대책

정부는 가뭄 대책을 긴급 점검하고 저수지 준설, 용수 개발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른 대응은 결코 아니다. 지난 겨울부터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아 농촌 현장에서는 이미 걱적이 많았다.

행정안전부는 3일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기상청 등 관계기관과 17개 시·도, 충남 태안군과 전남 완도군, 경북 포항시, 경남 합천군 등 4개 시·군의 가뭄 대책을 긴급 점검했다.

정부는 최근 6개월 강수량(168㎜)이 평년의 49.5%에 머물고, 지난달(5.8㎜, 평년의 6%)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도 가뭄 대응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전남도는 농업용수가 부족한 여수시 등 16개 시군에 가뭄대책 용수개발비 23억원을 지원, 관정 개발과 양수장 설치, 저수지 배수로 준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저수율 50% 이하인 저수지는 하류지역의 농경지 퇴수 등을 양수해 물 채우기를 하고, 용수 손실 방지를 위한 급수체계를 긴급 점검 중이다.

천수답 등 취약 농경지에 저류지(둠벙) 준설과 양수기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비와 도비 3억 3000만 원도 지원했다.

전북도도 50억 원을 투입해 관정 개발과 양수장 설치를 추진하고, 가뭄대책 상황실도 가동하는 중이다.

울산시 역시 지난달 가뭄대책 상황실을 설치한 데 이어 양수장과 관정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예산 지원에 나섰다.

■ 다음은 가뭄 피해 상황과 대책을 바라보는 민심이다.

- dust****/ 가물든지 말든지 그건 니들끼리 전부 알아서 하고 우리동네는 낙동강 보 덕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ㅎㅎㅎ

- rlad****/ 지류하천 정비사업(굴착·재방·수문 만들기)을 하면 물 관리와 건설 호재로 내수경기 활성화 된다. 한번에 두마리 토끼를 잡는 식이다. 문재인처럼 깨진 독에 물붓는 식으로 막 퍼주는게 아니라 돈(세금)은 이렇게 쓰는 거다. 2~3년 전에 코로나로 퍼준 수백조원을 지류하천 정비사업을 했다면 지금같은 가뭄에도 물 걱정은 안했을 거다.

- wooj****/ 강변에 살아보지 않고 강물을 말하지 마라. 나는 어릴 적부터 낙동강 옆에 살아서 많이 보아 왔다. 올해 같은 가뭄이면 강물은 빠짝 말라서 실개천이 되고 수도물정수장 근방은 오염된 물이 아니라 그냥 오물웅덩이에서 조금 퍼올리는 정도다. 그나마 4대강보 덕에 수도물 걱정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날씨 더운 여름, 지하수 외는 녹조가 발생한다. 가을이면 모두 사라지는 녹조가 무슨 오염인가 자연현상인 것을~.

- shoo****/ 4대강 사업 저걸 잘 활용해야 한다. 이명박의 대업적 중 하나가 저 4대강 정비사업이다. 저걸로 도수로 연결 하는 사업 의회입법 통과시키고 마지막으로는 환경오염 저감사업까지 예산 배정해 주면 지금 하천에 녹조 생기고 하는 문제들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질도 좋아지고 우리가 먹는 농산물들에 물 대기도 수월해진다. 가뭄을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거지. 생각없는 박근혜와 정신나간 문재앙 때문에 몇년동안 4대강 사업이 지체 되었는데 하루 빨리 이걸 완결해야 한다. 그래야 갈수기를 잘 이겨낼 수 있다.

- Leop***/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다 아는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기후 온난화로 이런 현상은 빠르게 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노지에서의 농사보다는 스마트팜 위주의 농사로 변경되어야 함에도 지난 정부에서는 기업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사대강 사업을 힐난하며 보를 없애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런 사람을 선정한 우매한 국민의 죄값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농업과 먹거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행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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