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말] 짜구-짜부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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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5 16:18 | 최종 수정 2023.11.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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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묵지 마라. 짜구난다"
'짜구'란 경남 사람은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볼록 튀어나와 키가 크지 않는다'는 뜻임을 금방 안다. 배불뚝이 난쟁이가 된다는 말이다.
짜구는 자귀의 사투리다. 경남에서 자주 쓰고, 전라 지방에서도 사용한다.
자귀는 본래 개나 돼지에게서 생기는 병인데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붓고 발목이 굽으면서 일어서지 못한다.
이 말은 가난에 찌들어 못 살 때 맛있는 음식을 보면 막 먹어대는 행동을 일컫는다. 걸신, 짜구 등으로 말한다.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다.
"느그들(너희들) 천천히 안 물끼가(먹을 거냐). 얹힌다(체한다). 걸신이 들었나? 짜구난다. 쪼매이만(조금만) 무라" "마이 무가(먹어서) 위하수(胃下垂·위가 처짐) 걸린 기다"
걸신(乞神)은 빌어먹는 귀신이란 표준말이다. 요즘 말로 '식탐 대마왕' 정도 된다.
말은 시대를 반영한다. 요즘은 '짜구'를 반려견으로 키우는 강아지에게서 많이 쓰는 모양이다. "너네 아기는 먹성이 좋아서 짜구난 것같네. 그래도 귀엽다" 등.
젊은이들은 이 말을 '배만 볼록 나온 개, 고양이의 모습을 귀엽게 표현하는 말'로 안다고 한다.
짜구를 경북 지방에선 '짜부'라고 하는 모양이다. '짜부난다'고 말한다. 같은 경상도인데도 다르다.
방송 등을 보는 바짝 마르고 배만 불뚝 나온 아프리카 아이들은 짜구가 아니다. 거꾸로 너무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린 모습이다.
짜구는 또다른 사투리의 뜻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나무 다듬는 연장인 자귀를 ‘짜구’라고 말한다.
자귀는 즉 망치다. 아마 자귀를 경상도 특유의 강한 톤인 경음화(격음화)로 인해 짜구로 말하면서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경상도에선 귀를 구로 발음하는 경향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