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경남뉴스의 기자들이 올해 가을걷이철을 맞아 농사 현장에 투입됩니다. 순차적으로 각종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보고 그간 듣고 보던 것과 다른 점, 느낀 점을 전합니다.
첫 수확물은 땅콩으로 잡았습니다. 수확지는 지난 4월 경남 진주시 사봉면에 심은 땅콩밭입니다. 정창현 더경남뉴스 발행인의 부친이 들깨와 땅콩을 심어 놓은 밭이어서 정 발행인도 자연스럽게 수확에 동참해 보다 생생하게 전할 수 있게 됐네요.
우선 땅속에 있는 땅콩을 뽑아내야 합니다. 무성해진 줄기를 잡고 잡아당기면 될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발이 세개 정도 있는 작은 쇠스랑을 챙겨야 합니다. 이 쇠스랑은 호미보다 큰 연장으로 보면 됩니다. 그러고서 뿌리가 있는 가장자리 쪽으로 땅을 찍고 끌어당기면 쑥 빠집니다. 땅콩이 많이 딸려나오지요.
우선 수확과 관련한 말부터 해야하겠습니다.
정 발행인의 부친은 소출이 지난해와 달리 줄었다고 합니다. 봄 가뭄과 줄기가 자라고 뿌리가 튼실해질 때까지 진주 지방엔 비가 아주 적었습니다.
수확은 예정보다 조금 빨랐습니다. 두더지인지 동물이 밤에 땅콩밭에 들어와 땅을 파서 땅콩을 먹은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기 때문입니다. 땅콩 알이 더 커질 순 있지만 한해 농사를 밤도둑 때문에 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땅콩이 많아 흙이 꽤 붙어나오지요. 이걸 흔들어 털어내야 합니다. 오래 하면 쇠스랑질에 허리가 좀 아픕니다. 첫날 한 두 시간은 요령이 없어도 할만 하지만 오래하면 허리가 꽤 아프고 불편합니다.
그러고선 상자에 담고 차에 싣습니다. 집에 갖고 와서 가빠(두꺼운 천이나 두꺼운 천으로 만든 덮개 같은 것) 위에 줄기를 말리면서 땅콩을 하나하나 따내지요. 따낸 땅콩은 오래 말린 후 하나씩 깝니다.
정 발행인의 부친밭 올해 소출은 땅콩이 열리긴 많이 열렸는데 씨알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작다고 비교하네요. 어떤 데에서는 예년만큼 열리고 씨알도 굵었답니다.
땅콩을 심을 때 두덕에 흙을 많이 덮어 씨알이 잘 자라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진주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고구마는 지속된 봄 가뭄 영향으로 수확이 확실히 준 것 같다. 하지만 땅콩은 조금 적다고 보지만 크게 소출이 적지는 않은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글쎄요. 재배농가에서 땅콩은 때에 따라 물을 주고, 고구마는 그냥 놔뒀나요?
이렇게 해서 100여평 규모의 땅콩밭에서 3명이 이틀에 걸쳐 수확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허리가 뻐근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마당에다 땅콩을 일일이 딴 뒤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말립니다. 아래 사진은 말려진 땅콩인데 겨우내 집에서 먹으려고 알을 깐 상태입니다. 잔일이 일이 많지요.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껍질을 벗긴 땅콩은 식용 기름에 튀깁니다. 고소하게 먹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도시인들은 "손쉽게 사 먹으면 되지"라고 하지만, 손수 수확해서 먹는 즐거움과 의미는 특별히 남다르답니다. 이런 게 편리함에서 전혀 느끼지 못하는 '먹고 사는 맛'이겠지요.